
그러나 시즌이 막을 열자 KIA에게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쳤다. 타선의 중심축인 김도영과 박찬호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을 뿐 아니라, 더 심각한 위기가 불펜에서 발생했다.
3승 5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공동 7위에 머물고 있는 KIA는 이미 네 번이나 역전패의 쓴맛을 봤다. 특히 4연패 동안 세 경기가 불펜 붕괴로 인한 패배였다는 점이 KIA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통계로 보면 KIA의 딜레마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2.63으로 LG 트윈스(1.50)에 이어 리그 2위의 우수한 성적이다. 그러나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8.07로, NC 다이노스(8.13)에 이어 최하위권을 기록 중이다.
마무리 정해영은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치명적인 3실점을 기록한 후 평균자책점이 9.00으로 급등했다. 전상현(10.13), 황동하(6.43), 이준영(6.75)도 고전 중이며, 곽도규와 임기영은 모두 27.00이라는 충격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불펜 요원들이 일제히 슬럼프에 빠진 형국이다.
새 영입 조상우와 최지민은 2.45의 양호한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닝당 두 명 가까운 주자를 내보내는 불안한 투구로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태다.

LG 불펜의 안정세 뒤에는 선발진의 압도적인 활약이라는 비결이 숨어있다. 요니 치리노스부터 송승기까지 이어지는 LG의 5선발 체제는 7경기에서 무려 6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1.50이라는 놀라운 평균자책점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두 팀 선발진의 투구 이닝 차이다. LG 선발들은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소화하며 리그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선발이 7회 2아웃까지 버티니 불펜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된 것이다.
반대로 KIA 선발들은 평균 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삼성과 NC(각 4⅔이닝)에 이어 세 번째로 짧은 기록이다. 결과적으로 흔들리는 KIA 불펜은 매 경기 4이닝이라는 부담스러운 책임을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의 상황이 끝까지 유지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 시즌 LG의 강력한 선발진이 7연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의 긴 이닝 소화 능력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됐던 불펜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상쇄시키는 모습이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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