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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골프이야기] 골프와 사냥, 일중독구(一中毒九)의 묘미

2025-03-25 11:15

[김기철의 골프이야기] 골프와 사냥, 일중독구(一中毒九)의 묘미
처음 골프를 접하는 사람들은 종종 의아해합니다. 왜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며 넓은 잔디밭을 걸어다니며 작은 공을 쫓는 것일까? 그러나 경험해 본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단 한 번, 아이언 클럽이 공을 완벽하게 맞춰 그린 위로 날아가는 순간이나 길고 까다로운 퍼팅이 홀컵으로 사라지는 찰나의 쾌감이 모든 의문을 단번에 해소시킨다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이런 감정을 일중독구(一中毒九)라는 표현에 담았습니다. 『장자(莊子)』 달생편에 등장하는 이 고사성어는 활을 쏘아 한 마리의 짐승만 맞추어도 나머지 아홉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사냥의 진정한 가치는 수확의 양이 아니라,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그 순간의 짜릿한 성취감에 있다는 것이죠.

골프의 본질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18홀 내내 슬라이스와 훅으로 고전하고, OB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무너지더라도, 단 한 번의 완벽한 샷은 그 모든 좌절을 잊게 만듭니다. "방금 내 샷 봤어?"라며 동반자에게 자랑스럽게 물을 때, 앞서 여러 번의 실수는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워집니다.

사냥꾼이 하루 종일 빈손이더라도 마지막에 한 마리를 포획하면 만족감을 안고 귀가하듯, 골퍼들 역시 18홀 라운드 중 단 한 번의 빛나는 순간으로 그날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기억합니다. 이것이 바로 골프가 지닌 매력이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필드로 향하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힘입니다.

오늘 라운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고 계신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7번 홀에서 선보인 그 멋진 아이언 샷 하나는 분명 기억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내일의 예약을 서두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골프는 사냥과 같다. 한 번 맞히면 헤어나올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수백 년 전 사냥의 즐거움과 오늘날 골프의 매력이 공유하는 영원한 비밀이 아닐까요?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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