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화-KT의 시즌 2차전에서 한화가 3-4로 뒤진 8회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마운드에 신예 투수를 택했다. 고교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본 그 특별한 어깨를 믿은 결정이었다.
첫 타자 김민혁과의 승부에서 정우주는 거침없이 154km 직구를 던져 넣었다. 이어진 투구에서는 한 차례 커브만 섞은 채 주무기 직구로 과감히 승부했다. 그리고 이날 최고 구속 155km의 패스트볼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프로 무대 첫 아웃카운트였다.
장성우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는 전략에 변화를 줬다. 초구로 슬라이더를 선택한 그는 이후 네 구 연속 직구로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상대 문상철은 153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1이닝 동안 단 17개의 공으로 퍼펙트한 투구를 완성했다.
첫 등판을 마친 정우주는 실제로 많이 떨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너무 잘 이끌어주었고, 특히 이재원 선배가 떨지 말라며 용기를 주었으며, 그의 리드를 따라가니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우주의 완벽투로 분위기를 탄 한화는 9회초 노시환의 동점 홈런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비록 11회말 배정대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놓쳤지만, 이날의 진정한 수확은 정우주라는 보석을 확인한 것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3경기 평균자책점 제로, 그리고 프로 데뷔전까지 정우주의 성장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신인왕과 같은 개인 타이틀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팀 승리에 도움 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성숙한 포부를 밝혔다.
프로 첫 아웃카운트볼과 첫 삼진볼은 선배들이 소중히 챙겨준 기념품이 되었다. 정우주의 KBO리그 첫 등장은 한화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비록 이날 경기는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정우주라는 미래 자산의 가치를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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