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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65] 경마에서 왜 ‘더비’라고 말할까

2025-02-28 06:32

영국 최고 전통 경마 '앱섬 더비'
영국 최고 전통 경마 '앱섬 더비'
2020년 이 코너 축구편에서 ‘맨체스터 더비’ 이야기를 다루면서 ‘더비‘ 유래에 대해서 설명했던 적이 있었다. 원래 더비라는 말은 영어 ‘Derby’를 우리말로 표기한 것이다. (본 코너 257회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의 ‘더비’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참조)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더비라는 말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어 유래에는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영국 도시 더비셔의 애쉬본에서 열리는 로열 슈로베타이드 풋볼에서 유래됐다는 설, 178912대 더비 백작에 의해 설립된 영국의 경마 더비에서 유래됐다는 설, 잉글랜드 정중앙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더비라는 도시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가운데 경마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테오도르 제리코 '엡섬더비' 1821년 작품
테오도르 제리코 '엡섬더비' 1821년 작품


경마 더비는 1789년 영국의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대결시키는 경주를 기획했고, 앱섭다운스 경마장에서 첫 더비경주가 개최됐다. 이는 오늘날까지 ‘앱섬더비(Epsom Derby)’로 이어오고 있다. 연령제한이 있기에 경주마에게는 딱 한번밖에 우승의 기회가 없어 경마팬들의 인기를 모았고, 최고의 경주로 부상했다. 실제로 영국의 '앱섬 더비'는 1·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대회다.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역시 ”영국 수상보다는 앱섬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앱섬더비’를 본떠 미국의 ‘켄터키더비(Kentucky Derby)’, 일본의 ‘재팬 더비(Japan Derby)’, 홍콩의 ‘홍콩 더비(Hongkong Derby)’ 등 100여개 국에서 자체적인 더비 대회로 발전시켰다.

다른 종목에서 더비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들 사이 경기에서만 사용한다. ‘로컬 더비(Local Derby)’가 본래 의미였지만, '치열한 라이벌전'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 사이 경기도 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비라는 이름을 붙인 경기로 유명한 것은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이다. 이는 잉글랜드 북서부 도시 맨체스터를 연고로 한 맨시티와 맨유 사이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양 팀의 첫 경기는 1881년 11월12일 벌어졌다. 당시 두 팀은 세인트 마크스 웨스트 고든(맨시티)와 뉴턴 히스(맨유)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가져 뉴턴 히스가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신문은 두 팀간의 대결을 ‘유쾌한 경기’라고 보도했다. 첫 리그 더비경기였던 1894-1895시즌에는 뉴턴 히스가 5-2로 이겼다.

맨체스터 더비는 축구 발상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든든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삼아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맨체스터 더비는 잉글랜드 뿐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가 출신의 사업가 셰이크 만수르 회장이 인수를 하면서 중동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잉글랜드 축구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며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에는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는 말이 있다.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라이벌 경기를 말한다. 엘 클라시코는 영어 정관사 ‘The’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엘(El)’과 고전을 의미하는 ‘클라시코(Clásico)’의 합성어로 전통의 고전이라는 뜻이다.엘 클라시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팀간의 라이벌 대결은 1세기가 넘었지만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두 팀간의 경기는 ‘엘 더비(El Derby)’, ‘마드리드-바르사('Madrid-Barca), 또는 바르사-마드리드(Barca-Madrid)’라고 불렀다. 엘 클라시코라는 말은 중남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경기를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국인 스페인이 한때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이 말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미국 야구에서도 더비라는 말을 쓴다. 같은 팀에서 한 포지션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홈런 경쟁을 할 때도 ‘홈런 더비(Home run Derby)라고 말한다.
한국 축구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서울)과 평양간의 ‘경-평전’이 가장 유명했으며, 현재 프로축구에서 FC 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의 동해안 더비로 알려져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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