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더비라는 말의 기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단어 유래에는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영국 도시 더비셔의 애쉬본에서 열리는 로열 슈로베타이드 풋볼에서 유래됐다는 설, 1789년 12대 더비 백작에 의해 설립된 영국의 경마 더비에서 유래됐다는 설, 잉글랜드 정중앙 철도 교통의 중심지인 더비라는 도시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가운데 경마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경마 더비는 1789년 영국의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대결시키는 경주를 기획했고, 앱섭다운스 경마장에서 첫 더비경주가 개최됐다. 이는 오늘날까지 ‘앱섬더비(Epsom Derby)’로 이어오고 있다. 연령제한이 있기에 경주마에게는 딱 한번밖에 우승의 기회가 없어 경마팬들의 인기를 모았고, 최고의 경주로 부상했다. 실제로 영국의 '앱섬 더비'는 1·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대회다.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 역시 ”영국 수상보다는 앱섬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앱섬더비’를 본떠 미국의 ‘켄터키더비(Kentucky Derby)’, 일본의 ‘재팬 더비(Japan Derby)’, 홍콩의 ‘홍콩 더비(Hongkong Derby)’ 등 100여개 국에서 자체적인 더비 대회로 발전시켰다.
다른 종목에서 더비는 원래 같은 지역 연고팀들 사이 경기에서만 사용한다. ‘로컬 더비(Local Derby)’가 본래 의미였지만, '치열한 라이벌전'을 뜻하는 용어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팀 사이 경기도 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더비라는 이름을 붙인 경기로 유명한 것은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이다. 이는 잉글랜드 북서부 도시 맨체스터를 연고로 한 맨시티와 맨유 사이의 라이벌전을 말한다. 양 팀의 첫 경기는 1881년 11월12일 벌어졌다. 당시 두 팀은 세인트 마크스 웨스트 고든(맨시티)와 뉴턴 히스(맨유)라는 이름으로 경기를 가져 뉴턴 히스가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당시 신문은 두 팀간의 대결을 ‘유쾌한 경기’라고 보도했다. 첫 리그 더비경기였던 1894-1895시즌에는 뉴턴 히스가 5-2로 이겼다.
맨체스터 더비는 축구 발상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인기를 등에 업고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든든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삼아 1990년대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맨체스터 더비는 잉글랜드 뿐 아니라 세계 축구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특히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가 출신의 사업가 셰이크 만수르 회장이 인수를 하면서 중동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빠르게 성장했다. 잉글랜드 축구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이라며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에는 ‘엘 클라시코(El Clásico)’라는 말이 있다. 프리메라리가의 최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CF의 라이벌 경기를 말한다. 엘 클라시코는 영어 정관사 ‘The’에 해당하는 스페인어 ‘엘(El)’과 고전을 의미하는 ‘클라시코(Clásico)’의 합성어로 전통의 고전이라는 뜻이다.엘 클라시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팀간의 라이벌 대결은 1세기가 넘었지만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두 팀간의 경기는 ‘엘 더비(El Derby)’, ‘마드리드-바르사('Madrid-Barca), 또는 바르사-마드리드(Barca-Madrid)’라고 불렀다. 엘 클라시코라는 말은 중남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경기를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국인 스페인이 한때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이 말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미국 야구에서도 더비라는 말을 쓴다. 같은 팀에서 한 포지션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홈런 경쟁을 할 때도 ‘홈런 더비(Home run Derby)라고 말한다.
한국 축구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 경성(서울)과 평양간의 ‘경-평전’이 가장 유명했으며, 현재 프로축구에서 FC 서울-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의 의 동해안 더비로 알려져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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