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박차(拍車)’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조선시대에는 쓰지 않는 한자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강점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쓰기 시작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35년 3월2일자 ‘驛傳(역전)의魅力(매력) (2)’ 기사에 와세다 대학 경기부를 소개하면서 ‘연습을 박차를 가하야’라는 표현이 나온다.
일본에선 언제부터 박차라는 말을 사용했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 일본어 사전에는 말이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부터 이 말이 태어났다고 설명한다.
박차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spur’이다. 영어용어사전에 의하면 ‘spur’은 찬다는 의미인 독일어 ‘sporn’이 어원이다. 고대 영어 ‘spora’로 사용된 뒤 중세 영어 ‘spore’로 변환됐으며, 18세기부터 승마나 경마 용어로 활용됐다. (본 코너 1351회 ‘왜 ‘승마(乘馬)’라고 말할까‘, 1352회 1352회 ’왜 ‘경마(競馬)’라고 말할까‘ 참조)
박차 역사는 오래됐다. 기원전 4세기 켈트인이 사용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발뒤꿈치에 끝이 뭉툭한 막대기 형태였으며 현재와 같은 모양은 13세기부터 등장한다. 중세까지 기마병은 가장 비싸고 강력한 병종이었으므로 말에 쓰는 장구인 박차는 기사 및 귀족 계급을 은유하는 용도로도 사용됐다. 기사는 금박 박차를, 종자는 은박 박차를 사용하기도 했고, 기사직을 수여할 땐 박차를 준다고 하며, 불명예를 당한 기사는 박차를 잘라내기도 했다. 중세 유럽의 박차를 꾸며서 지위를 드러내는 양식은 이후 멕시코와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의 전통에도 영향을 줬으며, 현대 모토사이클 레이싱에서도 영예로운 라이더에게 박차 모양의 상을 수여하고 있다.
현대에서는 말 보호 관점에서 박차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하지만 과도하게 자극을 주어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에의 지시를 보조하는 도구로서 승마 등에서는 지금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올바른 사용법을 지키고 말체에 대한 자극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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