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International’은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1748-1832)가 1789년 출판한 그의 저서 ‘도덕과 입법의 원리에 대한 서론’에서 처음 등장했다. 벤담은 이 책에서 “국제라는 단어는 새로운 단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충분히 유추적이고 이해하기 쉽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단어는 ‘만국법’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법의 한 분야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801년에는 프랑스어에서도 이 단어를 채택했다.
국제역도연맹 창설 당시 국제라는 말을 쓴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칭에서 영향을 받았다. IOC 정식 명칭은 영어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이며, 프랑스어로 ‘Comité International Olympique’이다. IOC는 1894년 6월 23일 프랑스 쿠베르탱(1863-1937)남작이 파리 대학 강당에서 열린 파리 회의에 유럽 각국 저명인사·교육자·체육관계자들을 초청해 고대올림픽의 전통과 이념을 선양하고, 아마추어경기를 권장하며, 근대올림픽경기대회를 총괄하고 발전시킬 목적으로 창설한 단체이다. 국제역도연맹은 IOC 창설에 영향을 받아 역도 국제경기단체로 발족했다. (본 코너 685회 ‘왜 ‘IOC’를 ‘국제올림픽위원회’라고 말할까‘ 참조)
원래 국제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나라 국(國)’과 ‘즈음 제(際)’가 결합한 국제는 나라와 나라의 교제를 뜻한다. 국제라는 단어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 후기 한역양학서인 ‘만국공법(萬國公法)’ 속에서 사용된 ‘각국교제(各國交際)’라는 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제국, 제국민간의 교제’라는 뜻으로 사용됐지만 점차 ‘교제’의 뜻이 희미해지면서 메이지 30년인 1897년부터 ‘세계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국제(國際)’라는 말은 고종 후반기인 1890년대 이후 사용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라는 말을 보도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였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일본이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올림픽 메달이 나오면서 보도하게 된 것이다. 1925년 4월16일자 조선일보는 ‘문제화(問題化)되는 국제(國際)『올림픽』회(會)’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구이팔년(一九二八年)에 화란(和蘭)에 개최(開催)할 제구회국제(第九回國際)『올림픽』대회(大會)에 요(要)하는경비(經費)로 화란(和蘭)『올림픽』위원회(委員會)는 일백만(一百萬)『프링로』의 지출안(支出案)을 의회(議會)에 제출(提出)한다는데 목하의회(目下議會)에서는 이것을 부결(否决)하는 형세(形勢)이라는더 만일부결(萬一否决)되는 때에는 당첨공채(當籖公債)를 발행(發行)하야 제팔회파리대회(第八回巴里大會)에 참가(參加)하얏든 각국(各國)에 매출(賣出)할터이라더라’고 보도했다.
역도(力道)라는 말은 문곡 서상천(1902~?) 선생이 일제강점기인 1937년 ‘역기(力技)’라는 일본식 한자어를 단순 체육을 넘어 정신적 도덕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는 의미로 ‘재주 기(技)‘ 대신 ’길 도(道)’를 써서 역도라고 한 것이다. 조선일보 1937년 5월21일자 ‘역기(力技)를 역도(力道)로개칭(改稱)’ 기사는 ‘조선력기연맹(朝鮮力技聯盟)에서는 종래(從來)의역기(力技)(일명(一名)은 중량양(重量揚))란 명칭(名稱)을 개정(攺正)하야 압흐로는 역도(力道)라고 부르기로되엿다한다’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중량양’은 ‘중량거(重量擧)’를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본 코너 1331회 ‘왜 ‘역도’라고 말할까‘ 참조)
연맹(聯盟)도 일본식 한자어로 공동의 목적을 위해 행동을 함께하는 것을 맹세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연맹은 협회(協會)라는 의미의 영어 ‘Association’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일본을 비롯, 한국, 중국 등에서 연맹이라는 말은 모두 같은 한자어로 사용한다.
대한역도연맹은 우리나라에서 역도 경기를 주관하는 경기 단체로 1936년 5월에 조선 역기 연맹으로 출범하였다가 1948년에 현재 이름으로 바꾸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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