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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26] 왜 ‘잽’이라 말할까

2025-01-20 07:37

지난 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에서 열린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 [UPI=연합뉴스]
지난 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에서 열린 마이크 타이슨의 복싱 경기. [UPI=연합뉴스]
옛말에 ‘잔 매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계속 두들겨 맞으면 언제간 쓰러진다는 의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도 비슷한 말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계속 반복되면 큰 어려움이 된다는 경고를 할 때 쓴다. 복싱에서 가볍게 툭 던지는 ‘잽’은 잔 매나 가랑비와 같은 존재이다. 처음에는 위력은 약하지만 자주 허용하면 나중엔 큰 타격을 입는 수가 있다. 잽(jab)은 외래어로 복싱에서 계속적으로 팔을 뻗어 가볍게 상대편을 치는 공격법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영어 ‘jab’은 어원이 알려지지 않지만 ‘뽀족한 것으로 찌르거나 때리다’는 의미인 스코틀랜드어 ‘job’의 변형이다. 중세 영어 ‘jobben’으로 들어와 1889년부터 주먹으로 가격하는 펀치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1914년부터 영국, 미국 등 신문 헤드라인에 많이 등장했다. 미국 폴 딕슨 야구영어사전에 ‘jab’는 1920년부터 공을 짧게 치거나, 캐처가 볼을 재빠르게 잡거나, 내야수가 그라운드 볼을 낚아채는 의미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잽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3년 12월3일자 ‘아마권투초일(拳鬪初日) 섬홀(閃忽)하는벽력철권(霹靂鐵拳) KO연발(連發)로백열(白熱)’ 기사에서 ‘박군장신(朴君長身)을 이(利)하야 좌(左)『잽』으로공세(攻勢)에 나아가 여군일시고전(呂君一時苦戰)타가 분기(奮起)하야 박군(朴君)의『보디—』를 난타(亂打)하니 박군(朴君) 회(回)에이차(二次) 따운되고 삼회(三回)에 드러가 역시여군좌(亦是呂君左)『스웡』으로 박군(朴君)을 맹타(猛打)하니 박군일시(朴君一時)『그록기—』되의 결국판정(結局判定)으로 여군승(呂君勝)’라고 전했다. 당시 이 기사는 조선체육회가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해 종로기독청년회(YMCA) 강당에서 열린 제2회전조선아마추어권루선수권대회 첫 날 경기 상보를 전한 내용이었다.

복싱에서 선수들은 잽을 가장 많이 쓴다. 잽은 위력은 약하지만 빠르고 간결하게 쓸 수 있다. 툭툭 쳐서 맞추기만 해도 상대의 체력을 빼놓기 좋은 데다 거리 조절도 가능하고, 상대가 끊임없이 흐트러뜨릴 수 있다. 맞는 입장에서는 시야가 가려지거나 흐름이 끊기게 되므로 공격 템포를 살려갈 수 있다. 그래서 복서들은 잽을 이용한 앞손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끝없이 잽을 던져 타이밍을 잡으려 애쓴다. 특히 헤비급 선수의 잽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갖는다. 141KO의 전설적인 프로 복서 아치 무어는 무패의 챔피언 록키 마르시아노와의 시합에서 패배한 뒤 "헤비급의 왼손 잽은 라이트 헤비급의 KO 펀치나 다름 없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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