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Shadow Boxing’은 그림자를 의미하는 ‘Shadow’와 권투를 의미하는 ‘Boxing’의 합성어이다. 복싱 용어로는 1906년 처음 등장했고, 1932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그 이전에는 ‘Shadow Fight’가 1768년부터 사용됐다. (본 코너 1291회 ‘왜 ‘복싱(Boxing)’을 ‘권투(拳鬪)’라고 말할까‘ 참조)
‘Shadow’는 그림자, 그늘을 뜻하는 고대 고지 독일어 ‘Scato’가 어원이며, 고대 영어 ‘Sceadwe’와 중세 영어 ‘Shadwe’를 거쳐 근대 영어로 진화했다. 1906년부터 ‘Shadow’는 집권 여당의 상대방으로 선출된 야당 구성원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였다. ‘Shadow Cabinet’이라는 말은 당시 영국보수당의 A. 체임벌린이 처음 사용하였다. 섀도캐비닛은 의회에 있어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권교체에 대비되는 말이다.
‘Boxing’은 ‘한 방(a Blow)’이란 뜻의 중세 네덜란드어 ‘Boke’, 중세 고지 독일어 ‘Buc’, 덴마크어 ‘Bask’에서 유래했다. 타격할 때 나는 소리 “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먹이나 손으로 때리다’란 의미는 14세기에 등장했다. ‘네모난 상자’ 모양 경기장에서 시작해 ‘때리다’란 의미가 붙었다는 추정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고대 그리스어로는 ‘피그마키아(υγμαχία)’라고 불렀는데, 이는 주먹(πυγμή)과 전투(μάχη)의 합성어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1970년대부터 섀도우 복싱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77년 2월9일자 ‘「우둔한 투우사(鬪牛士)」때려 눕히겠다’ 기사는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아들 황진규 기자가 썼는데, 기사 안에 섀도부 복싱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당시 한국 프로복싱의 유일한 세계정상인 WBC(세계권투평의회)수퍼 밴텀급 챔피언 염동균와 도전과 세르반테스(콜롬비아)의 타이틀 매치 예고 기사에서 ‘용산시장 안 크라운 체육관에서 자신보다 두체급위인 페더급9위 임청룡(林清龍)과10회전의 새도우 복싱을마친뒤 링을 내려선 염(廉)은 무수한 공간을 세르반테스의안면,복부로 여기는듯 재빠른 펀치를 수없이 날리며 필승의 신념에 불타고있었다’고 전했다. 당시는 새도우 복싱이라고 표기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섀도 복싱과 비슷한 ‘스키아마키아(Skiamakhia)’라는게 있었다고 한다. 접두사 ‘Skia’는 영어 ‘Shadow’와 같은 가짜라는 의미이며, ‘makhia’는 전투라는 의미이다. 가짜 전투로 섀도 복싱과 비슷한 뜻이다.
복싱 선수들은 섀도 복싱으로 혼자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자세를 다듬는다. 이를 통해 기술을 익할 수 있고 근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전에선 압박감이 크고 상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 많이 추천되는 연습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실제 겨뤄보는 것과 혼자서 연습을 하는 것은 차이가 크므로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스파링 파트너를 두고 실전 훈련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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