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라팍의 짧은 외야 거리를 지적하며 "중학생이 경기해도 홈런이 나올 것 같다. 잘못 지어진 경기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육각형 모양의 라팍은 좌·우중간 펜스까지의 거리가 107m, 좌·우 펜스까지는 99.5m에 불과하다. KBO리그 최대 규모인 잠실구장(좌·우 100m, 좌·우중간 120m)과 비교하면 좌·우중간 펜스 거리가 13m나 짧다. 이러한 구장 특성으로 인해 삼성의 2024시즌 팀 홈런 1위(185개) 기록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두고 '타자 친화적 구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 구단의 입장은 다르다. 2016년 개장 이후 9시즌 동안 홈런 마진에서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1), 2021년(+12), 2024년(+22) 단 세 시즌뿐이었다. 나머지 6시즌은 오히려 원정팀에 더 많은 홈런을 허용했다.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 특성이 홈팀과 원정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구장 효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삼성은 라팍 활용에 대해 오랜 고민을 거듭해왔다. 지난 시즌 전에는 외야 펜스 높이 조정을 검토했으나 관중석 시야 방해와 경기장 구조 변경의 어려움으로 무산됐다. 대신 구단은 장타력 있는 유망주 육성과 투수들의 땅볼 유도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영웅, 이성규 등 젊은 타자들의 성장과 함께 투수진도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라팍에서 우리가 홈런도 많이 쳤지만 이런 구장에서 토종 평균자책점 1위(3.66)를 기록한 다승왕(15승·원태인)이 나왔다"며 "팀 전체 평균자책점 3위(4.68)라는 성적은 투수들의 노력과 팀 전체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라팍의 특성은 여전히 투수 영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종열 단장은 "생각보다 투수들이 라팍에 대한 거부감이 크더라"고 밝혔으며 이는 최근 FA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장현식(LG)과의 협상 과정이나 최원태 영입 시에도 구장 특성이 주요 논의 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삼성은 구장 특성을 팀의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타자들의 장타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투수들의 땅볼 유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력을 구축한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해답이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졌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