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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20] 복싱에서 왜 ‘사우스포’라고 말할까

2025-01-14 06:48

세계 프로복싱 8개 체급 타이틀을 보유했던 필리핀 복싱 영웅 '사우스포' 매니 파퀴아오
세계 프로복싱 8개 체급 타이틀을 보유했던 필리핀 복싱 영웅 '사우스포' 매니 파퀴아오
복싱에선 왼손을 쓰는 선수를 ‘사우스포’라고 부른다. 야구에서도 왼손을 사용하는 이에 대해 같은 말을 쓴다. 국어사전에 외래어로 오른 사우스포는 사우스포는 남쪽을 뜻하는 사우스(south)와 앞을 가리키는 단어인 포(paw)의 합성어이다. 직역하면 남쪽의 앞발이라는 뜻이다.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 나쁜 방향인 남쪽과 손을 동물로 비하한 ‘앞발’을 붙여 만들어진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south-paw’는 1848년 왼손으로 가격하는 복서를 뜻하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뉴욕 헤럴드는 1860년 맨몸 복싱 경기를 보도하면서 왼손잡이 데이비드 우즈가 9라운드에서 "상대의 턱 밑에 사우스포를 꽂아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눕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1848년 한 정치만화는 휘그 부통령 후보와 13대 미국대통령 밀러드 필모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루이스 캐스의 왼손에 주먹으로 맞고 땅바닥에 쓰러져 "사우스포를 꺾어!"라고 한탄하는 장면을 그렸다. 필모어측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왼손을 사우스포라고 불렀다는 얘기이다.

일설에는 미국 야구장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다. 미국유산영어사전(Americ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Diction)은 사우스포라는 단어가 '오후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타자를 동쪽으로 향한 채 다이아몬드를 배열하는 야구의 관행'에서 유래했다는 통설을 인용하고 있다. 미국 남부의 텍사스, 애틀랜타 등의 지역에서 왼손잡이 투수가 많이 배출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본 코너 17왼손투수 사우스포(southpaw)'사우스가 왜 들어갔을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복싱에서 먼저 사우스포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313일자 올림픽예선전(豫選戰) 오선수결정(五選手决定)’ 기사는 ‘『사우스포—』로서 빤담급(級)의왕자(王者) 김군 결정적(金君决定的)『펀취』를가진 좌(左)『스트렛』으로 유군(劉君)의 흉복부(胸腹部)를 강타(强打)하니 제일(第一)라운드말(末)에『다운』되엿다가 타임업되자 유군대전(劉君對戰)키불능(不能)하야 기권(棄權)하니 문제(問題)업시 김군쾌승(金君快勝)하엿다’고 전했다.

복싱 등 1대1 맨손 싸움이 중심이 되는 대부분의 현대 격투기의 경우, 왼손잡이가 사우스포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은 현실에서 사우스포는 주먹을 주고 받거나 풋웍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오른손잡이가 많기에 오른손잡이 선수의 경우 오른손잡이를 상대한 경험이 많고 왼손잡이의 경우에도 오른손잡이선수의 상대 경험이 더 많을테니 왼손잡이입장이 잇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세계 프로복싱에서 사우스포로 유명했던 선수로는 8체급을 석권한 매니 패키아오, 무하마드 알리, 마이크 타이슨, 마니스 클레이, 마이클 모어스 등이 있다. 한국 프로복서로는 첫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김기수를 꼽을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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