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경기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4천석 규모의 더 램 그라운드는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매우 가깝고 일부는 입석으로 운영되는 정겨운 분위기였다. 게다가 경기 시작 전 골대 그물에 구멍이 발견되자 본업이 건물 측량사인 탬워스의 골키퍼 자스 싱이 직접 수리를 시도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탬워스는 샌드위치 업체 사장, 벽돌 기술자, 금융 상담사 등 본업이 따로 있는 파트타임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심지어 앤디 피크스 감독도 최근까지 대학에서 학습 장애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을 병행하다가 이번 경기를 계기로 정규 계약을 맺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환경의 차이가 경기 내용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시작 30초 만에 탬워스의 에노루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토트넘을 긴장시켰다. 전반 32분이 되어서야 토트넘의 매디슨이 양 팀 통틀어 첫 유효 슈팅을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싱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은 후반전에도 탬워스의 헌신적인 수비를 뚫지 못하고 연장전을 맞이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주장 손흥민이 베르너를 대신해 투입된 것은 이 시점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연장 전반 11분 치쿠나의 자책골로 균형을 깼고 연장 후반에는 손흥민의 도움을 받은 쿨루세브스키의 추가골과 존슨의 쐐기골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날 손흥민은 시즌 7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시즌 공격포인트를 14개(7골 7도움)로 늘렸다. 반면 최근 토트넘에 합류한 양민혁은 이날 경기 명단에서 제외되며 데뷔전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프리미어리그 팀 중 유일하게 5부 리그 팀과 맞붙은 토트넘은 이번 승리로 2013-14시즌 이후 11시즌 연속 FA컵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90분 동안 득점을 기록하지 못하고 주전 선수들을 모두 투입해야 했던 경기 내용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4천 석 규모의 작은 경기장과 인조잔디 등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한 모습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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