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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16] 왜 ‘슬러거’라고 말할까

2025-01-10 05:44

세계 프로복싱 대표적인 슬러거 조지 포먼. [나무위키 캡처]
세계 프로복싱 대표적인 슬러거 조지 포먼. [나무위키 캡처]
복싱이나 야구에서 슬러거라는 말을 자주 쓴다. 영어 ‘Slugger’를 발음대로 쓰는 말이다. 강력한 힘을 구사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복싱에선 강펀치의 소유자, 야구에서 강타자를 뜻한다. 매우 큰 대포라는 의미로 ‘거포(巨砲)’라고도 말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Slugger’는 강하게 때리거나 주먹으로 세게 때린다는 의미를 갖는 동사형 ‘slug’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은 합성어이다. 1800년대 초중반 복싱에서 먼저 이 말을 쓰기 시작했으며, 미국 야구에서 1800년대 후반 사용했다. 미국 폴 딕슨 야구영어사전에는 ‘slugger’는 1882년 공을 강하게 때리는 선수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1960년대부터 슬러거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경향신문 1962년 5월22일자 ‘라이발 (3) 野球(야구)’기사에서 홈런 타자로 박현식과 김응룡을 비교하면서 둘을 ‘슬러거’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야구 종목에서 주로 이 말을 많이 썼다.

복싱에선 슬러거 말고도 같은 뜻으로 싸움을 잘 한다는 의미인 ‘브롤러(Brawler)’, 주먹을 잘 쓴다는 의미인 ‘펀처(Puncher)’라는 말을 쓴다. 복싱은 원래 주먹의 강함을 겨루는 경기로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있었다. (본 코너 1291회 ‘왜 ‘복싱(Boxing)’을 ‘권투(拳鬪)’라고 말할까‘ 참조)

복서는 여러 스타일로 나눈다. 슬러거를 비롯해 인파이터, 아웃복서 등이 대표적이다. 세 가지 스타일을 모두 살린 ‘하이브리드형’도 있다. (본 코너 1314회 ‘왜 ‘아웃복서’라 말할까‘, 1315회 ’ 1315회 ‘왜 ‘인파이터’라고 말할까‘ 참조)

슬러거는 한마디로 하드펀처라고 할 수 있다. 강한 펀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강한 맷집과 턱을 기반으로 상대 공격을 피하면서 상대를 압박해 움직임을 제약하는 로프나 코너로 가두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마초적인 특징으로 화끈한 녹아웃 승이 많다. 하지만 펀치 하나하나에 에너지 소모가 많기에 장기전에 돌입하면 체력, 지구력 저하로 얻어맞다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본 코너 1292회 ‘복싱에서 왜 ‘KO’라고 말할까‘ 참조)

세계 프로복싱에서 슬러거로 화려한 명성을 날린 선수는 1970년대 조 프레이저를 꺾고 무하마드 알리와 세기의 대결을 펼친 조지 포먼을 손꼽을 수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그는 프로에 데뷔하고 통산 76승 5패 68KO, WBC, WBA, IBF 통합 세계 챔피언을 두 번이나 차지하고 은퇴한 뒤 복싱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10년 동안 복싱을 쉬다가 돌아온 40대에도 120kg에 육박하는 몸으로 위력적인 펀치를 발휘, 상대 복서들을 눕히며 챔피언에 또 다시 등극하고 은퇴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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