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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11] 복싱에서 왜 ‘판정승’이라 말할까

2025-01-05 05:50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복싱에는 KO(녹아웃), TKO(테크니컬 녹아웃) 승 말고 ‘판정승’이라는게 있다. (본 코너 1292회 ‘복싱에서 왜 ‘KO’라고 말할까‘, 1293회 ’복싱에서 왜 ‘다운(Down)’이라 말할까‘, 1294회 ’왜 ‘녹다운(Knockdown)’이라 말할까‘ 참조)

판정이란 경기에서 심판 채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판정승은 판정으로 이긴 것을 뜻한다. 판정승은 영어 ‘Win on Points’을 번역한 말이다. 일본식 한자어로 ‘판가름할 팔(判)’, ‘정할 정(定)’, ‘이길 승(勝)’을 쓴다. 원래 판정이라는 말은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권 국가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판정이라는 단어는 태종왕조실록 등 국역 39건, 원문 19건 등 총 58건이 나온다. 하지만 판정승이라는 말은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판정승이 일본에서 들어왔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영어용어사전에 의하면 ‘‘Win on Points’는 복싱에서 유래됐다. 각 라운드에 부여된 점수로 이긴다는 뜻으로 1900년대부터 사용했던 말이다. ‘win’은 고대 인도유럽어로 노력, 욕망, 소원, 희망을 뜻하는 ‘wenh’가 어원이며, 노동을 의미하는 고대 독일어 ‘winna’를 거쳐 고대 영어와 중세 영어 ‘winn’이후 현재에 이른다. 미국 폴 딕슨 야구사전에는 ‘win’는 승리를 뜻하는 의미로 1905년부터 사용했다고 설명한다.‘on point’는 발레에서 발끝에 위치하고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반영한다는 뜻인 프랑스어 ‘en pointe’에서 유래했다. 우수하고 좋은 성과라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판정승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3년 7월16일자 ‘직업권투(職業拳鬪) 마요목촌무승부(木村無勝負)’ 기사는 ‘선만권투회주최(鮮滿拳鬪會主催)의 일비직업권투전(日比職業拳鬪戰)은십오일(十五日) 오후육시반(午後六時半)부터 삼월(三越)뒤 씨름장(塲)에서 행(行)한바 랏슈마요(비(比))대목촌(對木村)(일(日))의 시합(試合)은 무승부(無勝負)로 마치고 파이팅멜손(비(比))대좌등(對佐藤)(일(日))의 시합(試合)은 좌등판정(佐藤判定)으로 승(勝)하엿다 당일(當日)의경과(經過)는 다음과갓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프로복싱 첫 세계챔피언 김기수와 두 번째 세계챔피언 홍수환은 상대를 모두 판정승으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올랐다.

국제복싱협회(IBA)와 대한복싱협회 경기규칙에 따르면 판정승은 경기가 끝난 후 각 저지는 본인이 채점한 총점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본 코너 1301회 '복싱에서 왜 ‘레프리’와 ‘저지’라고 말할까' 참조) 승자는 만장일치 혹은 5명 저지의 판정에 의해 결정된다. 저지는 경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매 라운드마다 양 선수를 채점한다. 채점시스템에 따라 점수가 앞선 선수가 경기의 승자로 선언된다. 라운드가 완전히 끝나지 않았더라도 경기가 중단되면 해당 시점까지 채점한다. 세부적으로 적용하는 규칙을 살펴보면 라운드 중 우연한 파울로 인해 부상이 발생해, 결과적으로 경기가 레프리에 의해 중단된 경우 양 선수가 동시에 부상을 당했을 경우, 레프리는 경기를 중단시킨다. 링의 붕괴, 정전, 천재지변 등 선수 혹은 레프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경기는 중단된다. IBA 채점시스템은 만장일치 혹은 엇갈린 판정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포인트로 만장일치 판정승은 5명의 저지가 동일한 승자를 결정한다. 타이브레이크–경기가 끝난 후 감점을 적용해 각 저지로부터 부여된 총 점수가 동점이 되었을 때, 저지는 본인의 판단으로 최종 승자를 결정하며, 기술적 무승부는 선언하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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