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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05] 복싱에서 왜 ‘홍코너’와 ‘청코너’로 구분할까

2024-12-30 06:16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결승전에서 성별 논란에 휩싸였던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붉은색)가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복싱 경기를 시작하기 전, “홍코너 누구 누구, 청코너 누구 누구”하는 식으로 선수 소개를 한다. 링 아나운서가 링 양쪽에 서 있는 선수들을 부르면 이들은 링 중앙으로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한다. 아마 복싱이건 프로복싱이건 보편적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청코너와 홍코너를 구분하는 기준은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 홍코너는 상급자, 청코너는 하급자가 대개 선다. 프로복싱의 경우 홍코너는 챔피언, 청코너는 도전자에게 주어진다.

복싱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하는 전통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러한 색상의 채택은 주로 선수를 서로 구별할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대조적인 색상을 사용함으로써 프로모터와 관중은 경기 중에 두 경쟁자를 쉽게 구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영어 ‘Red corner’을 ‘홍코너’로, ‘Blue corner’을 ‘청코너’로 불렀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66년 6월26일자 ‘콧등터진 벤베누티’ 기사는 한국의 첫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가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을 전했다. 이 기사는 ‘이날밤 9시 군악대가「오!맑은 태양」을 연주하는 사이 노란 가운을 입은 김기수가 그의 세컨드 보비 리처드를 앞세우고 먼저 입장,8천여 관중의 우뢰같은 박수를 받으며 청코너에 자리잡았다. 잠시후 챔피언 벤베누티가 관중의 환호에 답하며 경쾌한 걸음걸이로 뛰어들어와 착석.여유만만한 태도로김과트로피를교환했다’고 전했다.

국제복싱협회와 대한복싱협회 경기 규칙에 따르면 링은 네 개의 모서리 받침이 있는 코너를 운영해야 하는데, 홍코너와 청코너를 양쪽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두 코너는 백코너를 두도록 했다. (본 코너 1295회 ‘복싱에서 왜 ‘링(Ring)’이라고 말할까‘ 참조)

일반적으로 랭킹이 높은 선수가 홍코너를 차지하지만 랭킹이 높더라도 타국 경기에 참가한다면 청코너를 받을 수도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전적이나 랭킹 등을 따져 홍청이 결정된다.

복싱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을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한다. 색깔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링에 있는 선수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빨간색은 열정, 강렬함, 공격성과 종종 연관되는데, 무의식적으로 흥분과 긴박감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파란색은 일반적으로 차분함, 자신감, 집중력과 연관되어 선수에게 평정심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더 햄 대학교의 러셀 힐(Russell Hill) 교수팀은 올림픽 경기의 복싱과 레슬링 등 개인 격투기 종목에서 홍코너와 청코너의 승률을 조사한 바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 홍코너와 청코너는 무작위로 배정되고 입장도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홍코너 쪽의 승률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빨간색 승률이 높은 이유로 상대 선수의 경기 의욕을 저하하게 만든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빨간색은 회피적인 성향을 보이게 하고 경계심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추세가 있다는 것일 뿐 경기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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