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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04] 복싱에서 왜 ‘펀치 드렁크(Punch Drunk)’라고 말할까

2024-12-29 05:41

'영국 헤비급 복싱 영웅' 조슈아가 뒤부아에게 충격적인 KO패당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헤비급 복싱 영웅' 조슈아가 뒤부아에게 충격적인 KO패당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펀치 드렁크(Punch Drunk)’는 안면과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받는 복서에게 자주 나타나는 ‘뇌세포 손상증’이다. 펀치를 맞고 술에 취한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연상해서 생긴 말이다. 1900년대초부터 이런 증상이 의학적인 분석으로 연구됐는데, 1982년 미국의 병리학자 해리슨 마크랜드가 처음으로 이 말을 명명했다고 한다.

펀치 드렁크는 주먹을 의미하는 ‘Punch’와 술에 취한다는 의미를 갖는 ‘Drunk’의 합성어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Punch’는 다양한 어원을 갖고 있다. 원래는 아라비아 숫자 5를 나타내는 힌디어 ‘Panc’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신과 관련한 5가지 핵심 재료(영혼, 물, 레몬 주스, 설탕, 향신료)를 의미한다. 또 다른 어원은 돌을 뚫거나 작업하는데 쓰이는 뾰족한 도구를 의미하는 라틴어 ‘Puncheon’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프랑스어 ‘Ponchon’을 거쳐 17세기 영어로 들어왔다. 복싱에서 강력한 타격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아마도 5가지 음료나 뚫는다는 의미가 더해져 붙여진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Drunk’는 마신다는 의미인 동사 ‘Drink’의 과거분사이다. ‘Drink’는 고대 독일어 Drinkan’이 어원이며, 고대 영어 ‘Drincan’과 중세 영어 ‘Drinken’을 거쳐 현대 영어로 넘어왔다.

펀치 드렁크의 정확한 의학용어는 만성외상성뇌병종(CTE, 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다. 복싱에선 선수들이 이 증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많아 1980년대 이후 존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복서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신체 충돌이 빈번한 미식축구(NFL) 선수들 가운데서도 이 증상으로 사망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펀치 드렁크를 겪으면 급성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기억상실, 정신분열 혹은 치매나 실어증, 반신불수 같은 만성 퇴행성 인지장애나 신체 부자유를 보인다. 그래서 올림픽 복싱에서는 ‘헤드 기어’를 쓰게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1980년대부터 펀치 드렁크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82년 4월12일자 ‘「풋과일」두듯리면 익기 커녕 떨어질뿐—올少年體(소년체)복싱 시범종목채택에 복싱界(계)반대’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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