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에도 유도, 태권도처럼 단증이 있다는 것을 마동석 ‘명예 7단’ 수여 소식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됐다. 복싱에서 단증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2019년부터라고 한다. 복싱 단증제를 실시하는 것은 아마도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복싱에서 단증제가 실시된 것은 수련생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단증 심사비 등을 통해 협회 수입도 충족시키려는 측면도 보인다. 대한태권도협회나 국기원 등은 태권도 승단 심사비가 주요 수입원이 되는 것을 고려했을 법하다.
‘단(段)’은 일정한 능력을 가진 이에게 부여하는 자격이다. 단이라는 말은 태권도 뿐 아니라 유도, 검도, 바둑, 장기 등에서도 쓴다. 원래 단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먼저 쓴 한자어로 ‘층계 단(段)’자를 쓴다.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단(段)’자에는 금석문자를 보면 암벽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과 몽둥이 수(殳)가 그려져 있었다. 돌을 망치로 두드려 깎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절단하다’나 ‘단련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돌을 깎는 모습에서 나온 때문이다. 후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에서 ‘조각’이나 ‘단편’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또 돌을 깎은 것이 마치 계단과 같다해서 ‘층계’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 무술 등에 단을 사용한 것은 에도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15년 오사카성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막부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며 농업 경제에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도 막부 때 바둑, 장기, 검도 등이 성행하면서 일정한 등급자격을 부여해야할 필요성을 갖게됐다. 이때 등장한 명칭이 단이었다. 단은 기술의 우열, 승패의 성과를 평가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유도에서 단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가노지 고로(嘉納 治五郎, 1860-1938년) 가 유도를 창시한 뒤였다. 유도는 1887년부터 독자적으로 유단자제도를 시행했는데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1895년 교토 부토칸에서 단제도를 처음 시행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일본 유도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단이라는 말은 1940년대부터 발음 그대로 영어로 ‘dan’이라는 공인어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일본이 제국주의체제로 국제 무대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무력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유도는 일본 제국주의 국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 태권도에서 단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일본 강점기때 일본에서 무술을 연마한 이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 코너 565회 ‘태권도에서 왜 ‘단(段)’이라는 말을 할까‘ 참조)
복싱은 원래 공인 자격증이 없었다. 하지만 복싱에서 단증제도가 생기면서 태권도, 유도처럼 공무원 시험 등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대한복싱협회에 따르면 초등학생인 8세부터, 훈련기간 6개월 이상 경과된 사람으로서 지관 등록 관장의 승인을 받아 단증 신청이 가능하다. 현재 1단은 경과기간이 지나면 즉시, 2단은 1단 취득 후 6개월, 3단은 2단 취득 후 1년, 4단은 3단 취득 후 2년이라는 심사 조건이 따른다. 하지만 복싱 단증의 여부와 실제 복싱 실력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단증 심사 절차는 서류심사, 복장심사, 구술심사, 실기심사 등으로 이뤄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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