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4(토)

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02] 복싱에서 왜 ‘프로모터’라고 말할까

2024-12-27 06:21

 세계적인 프로복싱 프로모터 돈 킹(왼쪽)과 밥 애럼.
세계적인 프로복싱 프로모터 돈 킹(왼쪽)과 밥 애럼.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돈을 매개로 이윤을 추구하는게 자본주의 논리이다. 프로스포츠는 프로모터-선수-팬으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로 발전해왔다. 프로모터가 승부를 위해 큰 돈을 지불한 후 팬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했던 것이다. 프로복싱에는 유명 프로모터가 많다. 세계적인 복싱 프로모터 돈 킹과 밥 애럼을 비롯해 한국의 심영자 등이 세기의 프로복싱 대결을 주선했다.

프로모터의 사전적 정의는 지지자, 후원자, 장려자, 또는 흥행주이다. 외래어로 영어로 ‘Promotor’이라 쓴다. 이 말은 앞을 의미하는 접두사 ‘pro’와 움직인다는 의미인 동사 ‘motor’의 합성어로 앞으로 움직이는 사람, 즉 어떤 대의의 이익을 추진하거나 발전시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Promotor’은 중세 라틴어가 어원이다. 고대 프랑스어 ‘Promoteur’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1876년 회사를 만드는데 앞장서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고, 1936년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이벤트를 조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우리나라 언론은 프로모터라는 말을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5년 2월5일자 ‘정구왕(庭球王)페리—군(君) 직업선수(職業選手)로전향(轉向)’ 기사는 ‘『떼비스·컵』을 영국(英國)이 획득(獲得)하기까지의 수훈자(殊勳者)인 세계제일(世界第一)의『페리—』선수(選手)는『질덴』『봐인즈』등(等)의『프로모터』『오브·라이엔』씨(氏)의 유혹(誘惑)에 빠저 드듸여 직업선수(職業選手)로 전향(轉向)을하엿다 일등간(一等間)의 보수(報酬)는사만불(四萬弗)(일화약십사만원(日貨約十四萬圓))이다 이로써떼배전선(盃戰線)에 대이상(大異狀)이 잇게되여 주전투사(主戰鬪士)를 이러버린 영국(英國)은 일대고경(一大苦境)에빠지게되엿다’고 전했다.

세계 프로복싱에서 돈 킹과 밥 애럼은 최고의 흥행사였다. 두 사람은 1931년 동갑내기이다. 돈 킹은 흑인, 밥 애럼은 백인이다. 복싱계 입문은 밥 애럼이 먼저 했다. 애럼은 뉴욕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60년대 로버트 케네디 법무 장관 밑에서 일하다 프로복싱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1965년 본격적으로 프로모터 일을 시작했다. 애럼은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주선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돈 킹은 1972년 클리브랜드의 포레스트시티 병원의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알리의 시범경기를 추진하면서 프로모터가 됐다. 둘은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를 거금을 들여 프로로 끌어 들인 뒤 세계챔피언으로 만드는 방식을 취했다. 애럼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온 스핑크스를 눈여겨 보고 프로로 데뷔시켜 알리를 꺾고 세계헤비급 쳄피언을 만들기도 했다. (본 코너 1300회 ‘복싱에서 왜 ‘챔피언’이라 말할까‘ 참조)
 프로복싱 대모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의 심영자 회장.
프로복싱 대모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의 심영자 회장.


한국의 심영자는 한국 프로복싱이 호황기를 누렸던 1970-80년대 링을 주름 잡았던 '복싱계의 대모'였다. 김성준, 김철호, 장정구, 김용강, 문성길, 김봉준 등 쟁쟁한 세계챔피언을 배출했다. 1m55, 40kg의 가냘픈 몸매를 지녔지만 그녀가 길러낸 한국 복싱 선수들에게 추풍낙엽처럼 스러져 간 동남아 선수들에게 '죽음의 키스'로 불렸다. 경기 직전 한국 선수들에게 키스에 가까운 입맞춤을 했기 때문이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