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은 주먹으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경기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영어 ‘Boxing’는 ‘한 방(a Blow)’이란 뜻의 중세 네덜란드어 ‘Boke’, 중세 고지 독일어 ‘Buc’, 덴마크어 ‘Bask’에서 유래했다. 타격할 때 나는 소리 “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먹이나 손으로 때리다’란 의미는 14세기에 등장했다. ‘네모난 상자’ 모양 경기장에서 시작해 ‘때리다’란 의미가 붙었다는 추정도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없다. 고대 그리스어로는 ‘피그마키아(υγμαχία)’라고 불렀는데, 이는 주먹(πυγμή)과 전투(μάχη)의 합성어이다.
복싱의 한자어 ‘권투(拳鬪: 주먹 권, 싸움 투)’도 고대 그리스어와 비슷하다. 권투라는 말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써온 한자어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권투(拳鬪)’라는 말이 선조실록 50권에 “중국군은 권투라는 놀이가 있어 어깨와 무릎을 쉴 사이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양 복싱을 권투라고 부른 것은 일본의 영향에 의해서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1924년 4월28일자 ‘始終(시종)이 壯快(장쾌)한 柔道大會(유도대회)’에 ‘권투’라는 단어가 나타난다. 일본서는 복싱의 원뜻이 주먹으로 때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 오래전부터 한자권에서 써온 '권투'를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투의 원형은 아마 인류 탄생에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아이들의 형제 겐카에서 시작됐다고도 한다. 1만년 전 에티오피아 부근에서 행해지고 있던 병사의 훈련이, 권투의 형태로 이집트, 크레타, 그리스에 전해져, 활발해졌다고 하는 설도 있다. 기원전 4000년경의 이집트의 상형 문자로부터, 당시의 이집트의 군대가 격투기로서 복싱을 채용하고 있었던 것이 판독되고 있기도 하다. 또 크레타섬에서 발견된 기원전 3000년경 에게 문명의 유적에서 권투의 그림이 그려진 글꼴이 나타났다.
권투가 어느 정도의 형태로 역사상에 나타난 것은 호메로스의 ‘이리아드 제23권에서다. 여기서 기원전 1100년경 에피우스와 에우리아레스의 싸움의 묘사를 하고 있다. 이 경기를 후원한 영웅 아킬레스에 의한 경기 묘사가 새겨져 있있는데 아킬레스는 KO 승리한 에피우스에게 장미꽃을, 패자 에우리아레스에게 술잔을 준다는 것이다.
복싱은 기원 전 688년 제23회 고대 올림픽대회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근대 올림픽에선 1904년의 세인트 루이스 올림픽으로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1946년에 AIBA(국제 아마추어 복싱 협회) 가 발족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