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996년 데뷔작 KBS 드라마 ‘머나먼 나라’ 애청자로서 배우 사강을 기억한다.
A. 오디션 경쟁률이 상당히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데뷔작인데 상당히 비중이 컸고 배역 때문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 ‘금가락지 지소영’이라는 캐릭터였다. 지형우(배우 이창훈)의 여동생으로 흔히 노는 아이, 서운하(배우 김희선)를 괴롭히는 아이였다.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고, 김한수(배우 김민종)의 마음을 얻으려고 했으니 시청자들이 밉게 봤다. 지금 같은 배역이 주어진다면 좀 더 멋지게 소화할 것 같다. 영리하게 연기해서 너무 밉지 않게, 오히려 귀엽게 보도록 말이다.
Q. 본명 홍유진으로 데뷔 후 예명(사강)으로 활동하게 됐다. 누가 지어준 건가.
A. 대학(단국대 연극영화학)을 다닐 때였다. 교수님이 “미래의 꿈을 담아서 자신만의 아이디를 만들어보라”라고 했다. 그때 베풀 사(捨)와 편안할 강(康)을 더해서 '편안함을 주는 배우'가 되겠다는 뜻으로 ‘사강’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었다. 배우로 데뷔할 때는 본명이었는데 2001년 사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런데 다음 해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4강에 진출하며 이름이 주목받았다. 주변 사람들이 “예지력이 있다”라고 하는 등 유명세를 치렀던 기억이 난다.
Q. 어려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나. 안양예고 출신인데 연예인 사관학교 아니던가.
A. 솔직히 배우의 꿈을 꾸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건 아니었다. 친구들 따라 진학을 했는데 자연스럽게 연기에 눈을 뜨게 됐다. 목적이 있는 꿈보다 흐름 속에 이뤄진 꿈같다.
Q. 결혼 후 연예계 활동을 줄이다가 2012년 은퇴, 2019년 복귀했다. 배우로서 사강이 그리웠나.
A.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은퇴한 적이 없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은퇴였다. 남편이 회사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게 됐다. 가족이 10년 정도 미국에서 지내게 돼 출국하는 날이었다. 그날 공항에 기자들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플래시 세례, 물음에 당황했다. 어느 기자가 “은퇴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놀라서 “아니. 그냥 남편 따라 미국 이민(이주를 이민으로) 간다”라고 말했다. 다음날 신문에 ‘사강 은퇴’가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미국에서 10년이 아닌 3년을 지내다 돌아왔는데 ‘은퇴한 배우 사강’이 돼 있었다.
Q. 최근 ‘솔로라서’ 3회에 합류하며 화제가 됐다. 주변의 관심을 실감하나.
A. 어떤 면에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연예인이 워킹맘으로 열심히 산다는 점이 뭐 그리 대수겠나. 우리 주변을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솔로 엄마가 아이 둘과 열심히 사는 모습을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 당연한 거라서 부끄러우면서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Q. ‘솔로라서’ 프로그램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A. 솔직히 지금 내 상황(남편상 후 홀로 아이 둘 양육)이 무겁다. 그런데 언제까지 무거운 현실 속에서만 살 수는 없다. 떨쳐야 할 일이었다. ‘솔로라서’는 내 마음, 내 상황을 잘 풀어줬다. 진정성을 앞세워 다가온 프로그램이었다.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의 마음이 잘 담기도록 노력했다. 첫 회가 방영된 후 작가와 한참 울었다. 작가는 나를 동정하는 시선을 만들었다고, 나는 최대한 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울었다. ‘솔로라서’에 출연해서 너무 감사하다.
Q. 방송에서 둘째 딸(신채흔) 장거리 통학 이유가 마음에 와닿았다.
A. 왕복 35km 거리를 오가며 채흔이 등하교를 시킨다. 아이를 집 근처로 전학시킬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아이에게서 친구까지 없애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이고, 즐겁게 할 일이라고 여겼다. 아직 2년을 더(웃음).
Q. 엑스넬스코리아에서 ‘홍유진 이사’로 일한다. 어떤 인연인가.
A. 두 가지 연결고리가 이어졌다. 엑스넬스코리아 박제용 대표와 친분이 있었던 게 첫 번째이다. 다음은 골프이다. 엑스넬스코리아는 아이디어 골프용품 회사로 유명하다. ‘테크스킨’이라는 참신한 브랜드도 갖고 있다. 나는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를 좋아하니 골프용품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 점을 높게 평가한 박제용 대표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너무 감사한 제안이었다.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연결될 일이 없었다.
Q. 홍유진 이사로서 어떤 일을 하나.
A. 제품 개발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엑스넬스코리아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골프용품을 선보이는 회사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을 하고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는 평소 골프를 하며 ‘왜 이런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제시한다. 예상대로 호흡이 잘 맞다. 엑스넬스코리아 임직원은 색다름에 거부감이 없다. 다른 회사였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야기도 이곳에선 ‘오호라~’라는 반응이다. 왜 엑스넬스코리아가 ‘아이디어 골프용품 회사’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Q. 홍유진 이사의 아이디어와 엑스넬스코리아의 추진력이 더해진 결과물은 무엇인가.
A. 남성 골퍼는 이해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여성 골퍼라면 100% 공감할 것들을 만들고 있다. 첫 번째는 ‘힙색’이다. 골프볼, 거리측정기 등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여성 골프웨어는 한계가 있다. 주머니가 없기도, 거리측정기 케이스를 연결할 벨트 고리가 없기도 하다. 있는 건 화장실에 갔을 때 불편하다. 남성과 달리 여성은 화장실에서 시간이 더 소요된다. 이때 ‘빠르게 착착착’할 수 있는 힙색을 만들기로 했다. 디자인, 소재 등을 따져서 내년에 정식 출시될 거다.
Q. 골프볼 닦는 타월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A. 사람은 저마다 성격이 다른데 나는 골프를 칠 때 진중하면서도 급하다. 퍼팅 라인이 잘 보이면 빨리 라인에 맞춰 골프볼을 놓아야 한다. 이때 골프볼을 옷에 슥슥 문지르곤 한다. 캐디가 닦아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일반 타월을 사용해 봤는데 불편했다. 허리춤에서 흔들흔들하는 것도, 카트에서 옆사람이 깔고 앉은 걸 모르고 일어났다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앞치마처럼 착용하는 걸 생각했다. 테크스킨 골프볼 타월을 가져다가 허리에 차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라운드를 갔는데 동반자들이 너무 참신하다, 예쁘다며 호감을 보였다. 나의 남다른 생각이 현실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는 게 재미있었다.
Q. 제품 개발에서 중점을 두는 건 뭔가.
A. 여성의 마음이다. 그동안 골프용품은 남성 골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엑스넬스코리아는 여성 골프용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맞다. 그런데도 좀 더 여성의 마음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어떤 제품을 사면 한 가지 용도만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장에서만 쓰이는 것이라 여겼는데 일상에서도 쓰이면 얼마나 좋겠나. 특히 엄마라면 나도 쓰고, 아이도 쓰는 걸 선호한다. 앞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 예쁜 디자인, 우수한 기능성에 다양성을 더할 생각이다. 물론 남성 골퍼의 마음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겠다.
Q. 엑스넬스코리아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
A. 나의 MBTI가 ENTP이다. 창의력이 뛰어난데 추진력이 약하다. 나의 창의력을 현실로 만들어줄 회사가 엑스넬스코리아다. 박제용 대표는 판단이 서면 곧장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회사가 대표의 DNA를 가지고 있다. 나와 호흡이 안 맞으래야 안 맞을 수가 없다.
Q. 김주희 아나운서의 골프 유튜브(더러브골프) ‘레이디스 퀸즈 마스터즈2’ 대회에 출전했다. 구독자들의 우승자 예상에서 3위로 꼽히던데.
A.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데 시합이 열린 날 골프를 잘 칠 상황이 아니었다. 전날 촬영 때문에 2시간을 자고 대회장에 갔다. 꼴찌를 예상하고 갔고 실제로 잘 못 쳤다. 3번 홀까지 페어웨이서 골프볼을 굴리고 다녔다. 오랜만에 치니까 골프볼이 잘 안 떴다. 창피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맞춰 활달한 모습으로 극복했다. 방송 중이라 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건 알려줄 수 있다. 골프볼을 굴려도 그린 방향, 핀 방향이었던 건 안 비밀이다(웃음).
Q. 활달한 캐릭터는 본래 모습인지, 의도를 더한 건지.
A. 김주희 아나운서가 부탁했다. 시합이지만 무거우면 안 된다. 분위기를 띄워서 동반자들을 잘 이끌어달라고 했다. 미션이라서 책임감 있게 예능감에 충실하게 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점에 방영되는 ‘솔로라서’와 대비되는 게 신경 쓰였다. ‘솔로라서’에서는 세상 심각한 사람, ‘더러브골프’에서는 세상 발랄한 사람이다. 이게 맞나 싶었는데 사람들이 맞다고 했다. 일이니까. 주어진 현실에 맞춰 어디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했다.
Q. 장녀 소흔이 골프를 한다. 선수를 목표로 하나.
A. 작년 여름까지 골프 선수의 길을 걸었다. 중학교 진학 때 소흔이가 골프에 모든 걸 걸지 않겠다고 했다. 공부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준비한 시간이 아깝지 않냐”라는 말도 한다. 중요한 건 아이의 판단이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올인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마음을 이해했다. 그런데 지금도 장래 희망에 ‘골프 선수’를 적고, 스트레스받으면 골프 치러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게 재미있다.
Q. 사춘기에 접어드는 자녀와 공통 취미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A. 아이와 같은 취미가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어려서는 엄마와 딸이 부대끼며 지내지만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는 골프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골프를 치며 서로 공감할 수 있다. 감사한 일이다.
Q. 사강 씨가 골프를 잘 친다지만 소흔이 실력에는 못 미치겠다.
A. 아니다. 우리 쫀쫀하게 친다. (진심이냐 되묻자) 아니, 사실 최근 몇 번은 계속 진 것 같다(웃음). 소흔이가 70대 타수를 친 후로는 진다. 80대를 치는 엄마가 70대 타수로 접어들기란 쉽지 않다. 아마 앞으로도 이기기 힘들 것 같다.
Q. 배우 사강, 회사원 홍유진, 엄마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삶에 활력이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당연히 자식이다. 엄마는 자식이면 끝이다. 그것 단 하나다. 애들이 없었으면 이렇게 빨리 삶에 집중하지 못했을 거다. 좀 더 벼랑 끝에 몰려야 뭔가 했을 수 있다. 나는 좋고 싫음이 명확한 사람인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좋든 싫든 그냥 달린다. 엄마니까.
Q. 사람은 늘 꿈을 꾼다고 한다. 요즘 어떤 꿈을 꾸나.
A. 건강이다. 매일 기도하며 잠든다. 건강하자고. 특히 나는 지금 아프면 안 된다. 내가 아프면 우리 가정의 평안을 지킬 수 없다. 지금의 평안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엑스넬스코리아에서 일하게 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가진 능력을 조화롭게 해서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거다. 우리의 만남이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나의 능력을 믿어준 좋은 사람(박제용 대표)에게 결과로 증명하겠다. 골퍼 여러분들도 홍유진과 함께 하는 엑스넬스코리아를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감사하다.
류시환 기자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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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환 마니아타임즈-골프이슈 기자 / soonsoo879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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