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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72] ‘미들급(Middleweight)’이 '중간 체급'이 아닌 '중량 체급'인 이유

2024-11-22 06:07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82kg급(미들급)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명우.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82kg급(미들급)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한명우.
영어 ‘미들(Middle)’은 중앙이나 가운데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 말은 인도유럽조어((Proto-Indo-European) ‘Medhy’에서 유래됐다. 게르만어 ‘Midjilan’을 거쳐 고대 영어 ‘Middel’에서 변형된 말이다.

격투기 종목에서 쓰는 ‘미들급(Middleweight)’는 ‘중간(Middle)’과 ‘무게(weight)’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말이니 중간급으로 말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미들급이라는 의미는 레슬링, 복싱 등에서 중간이 아닌 중량이 나가는 체급에 속한다. 현재 9개 체급으로 나뉜 레슬링에선 웰터급과 헤비급 사이에 끼여 있고, 18개 체급으로 분류한 세계복싱협의회(WBC) 기준으론 라이트 헤비급 밑에 속해 있다.

원래 ‘Middleweight’는 복싱에서 먼저 사용했으며, 레슬링, 유도, 태권도, 역도 등에서 이 말을 빌려다 썼다. 격투기 종목에서 체급을 가장 먼저 나눈 복싱은 원래 초창기에는 두 가지 체급 밖에 없었다. 160파운드(72kg) 이상 체급을 헤비급(Heavyweight), 160파운드 이하를라이트급(Lightweight)’으로 불렀다. 복싱 경기가 진화하면서 두 체급 사이에 160파운드에 해당하는 중간선이라는 의미로 미들급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초기 복싱 역사는 정확하지 않지만 ‘Middleweight’라는 말은 1840년대부터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1865년 영국 런던에서퀸즈베리 후작 규칙( Marquess of Queensberry Rules)’이 제정되면서 복싱은 8개체급으로 나눠서 경기를 갖기 시작했다. 이 때 ‘Middleweight’는 중간보다 좀 무거운 체급에 속하는 말로 쓰였다. (본 코너 1238회 '유도는 왜 ‘무체급 경기’에서 ‘체급 경기’가 됐나', 1267회 '레슬링은 원래 ‘무체급’ 경기였다' 참조)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미들급’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7년 11월22일자 ‘백열적인기(白熱的人氣)끄는 명야(明夜)의대권투전(大拳鬪戰)’기사는 ‘아마튜어권투(권투(拳鬪))게의 시청을 총집증한 가운데 열리는 전조선아마튜어권투련맹 주최와 본사후원의 제사회전조선권투선수권대회는 명이십이일과 이십삼일의양일간 오후 일곱시부터 조선일보사대강당에서 거행할터인바 이에 등장할선수는 련맹소속선수로서 가장 자신잇는 성예들만으로 경향각지에서 추려뽑은 이십이명이 출전할터이며 지난번 명치신궁체육대회(명치신궁체육대회(明治神宮體育大會))에 출장하야 우승한 김명석(김명석(金明錫))군은 물론이오 결승전에 석패한 제선수도 전부등장할터이다 더욱이 이번 대회에는 증체급으로월터—에 멀리신의주(신의주(新義州))에서 최창렬(최창렬(崔昌烈))군을 비롯하야조권(조권(朝拳))의 성한경(성한경(成漢慶))박공재(박공재(朴公在))박수천(박수천(朴壽天))등 사선수가 출장할터이며 조선에서는 보기드믄 미들급쟁패전인 통영(통영(統營))의 김성찬(김성찬(金聖讃))군과 조권 김영복(김영복(金永福))군의 결전이야말로 만당의 흥미를 자아내일것으로 기대된다 이날의 입장료는 일반오십전,학생삼십전을 밧기로 되엿는데 총수입금은 대판(대판(大阪))서 □□는 비률빈(비율빈(比律賓))원정선수예□□회의 선수 파견비에 충당□□□되엿다’고 전했다. 전조선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에서 미들급이 흥미의 초점이라는 내용이었다.

레슬링에서 미들급은 예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는 82kg급 이하, 주니어는 75kg급 이하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는 미들급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몸무게별로 나눈다. 우리나라 레슬링 선수로 미들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이는 한명우 한 명 뿐이다. 한명우는 1988년 서울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미들급(82kg급) 결승에서 '붕대 투혼'을 발휘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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