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14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쿠바와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전날 대만전에서 믿었던 고영표(kt wiz)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가운데 3-6으로 패했던 한국야구는 이날 경기마저 내준다면 목표로 했던 슈퍼라운드(4강) 진출이 어려워질 처지였다.
곽빈이 경기 초반 선발 마운드에서 버텨준 덕분에, 한국은 쿠바에 8-4로 승리하고 조별리그 1승 1패를 만들었다.
벼랑 끝이라는 심경으로 마운드에 올라간 곽빈은 힘 배분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첫 공부터 마지막 공까지 전력으로 투구했다.
곽빈은 1회 로엘 산토스와 요안 몽카다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뒤 발바로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도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2회에도 그는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를 내야 땅볼, 아리엘 마르티네스와 야디르 드라케를 연속 삼진으로 요리했다.
곽빈과 선발 대결을 펼친 선수는 쿠바 대표팀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수확해 평균자책점(ERA) 부문 퍼시픽리그 1위에 등극한 선수다.
곽빈이 2이닝 동안 쿠바 타자를 한 명도 내보내지 않은 것과 달리, 모이넬로는 2회 김도영(KIA 타이거즈)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2이닝 4피안타 6실점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모이넬로와 선발 대결에서 완승한 곽빈은 3회에도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안타 2개를 허용해 2사 1, 3루에 몰렸으나 몽카다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4회에는 1사 1, 2루에서 드라케를 병살타로 요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4회에도 톈무 구장 전광판 기준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졌던 곽빈은 6-0으로 앞선 5회부터 지친 기색이 보였다.
요엘키스 기베르트와 안드리스 페레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에 놓이자 한국 벤치는 곽빈을 내리고 소형준(kt)에게 바통을 전달했다.
소형준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5회를 마쳤다.
사실 곽빈은 '큰 경기에 약한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가 뒤따랐던 선수다.
KBO리그에서 몇 차례 포스트시즌 부진을 겪은 탓이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그걸 이겨내야 더 큰 선수가 된다. 그냥 받아들이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마치 불펜 투수처럼 던진 선발 투수 곽빈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 2회에 힘을 다 쓴 느낌"이라면서 "사실은 1회부터 제구가 잘 되고 타자들한테 내 공이 통한다고 느껴서 신났다. 분위기 타서 제 공을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올해 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던졌더니 체력이 빨리 떨어지더라. 국제대회다 보니 4회까지 전력투구해서 힘들다.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곽빈은 조별리그에서 임무를 마쳤다.
손가락에 물집이 생긴 그는 만약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면 다시 선발 마운드를 지켜야 한다.
곽빈은 "오랜만에 강하게 던져서 그런 거 같다. 잘 관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회 만루 홈런을 친 김도영에 대해서는 "역시 우리나라 대표 타자 도영이와 한 팀이라 정말 든든하다. (쿠바 투수 리반 모이넬로가) 쉽게 점수 줄 투수 아닌데, 도영이가 잘 공략해서 우리가 이겼다"고 감탄했다. /연합뉴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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