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유도 용어를 종주국 언어인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한판이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써왔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일제강점기 때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3년 9월13일자 ‘청년회주최(靑年會主催)·본사후원(本社後援) 제오회전조선단체유도(第五囘全朝鮮團體柔道)’ 기사에 유도 규정사항등을 소개하면서 ‘승빈(勝貧)는『단판(單判)』(일본(一本))으로로만 정(定)하고『절반(折半)』(기유(技有))는일인(一人)에 한(限)하야유효(有効)함 만약쌍방대장(萬若雙方大將) 이『븨임』이될때에는 쌍방(雙方)에 서대표일명식(代表一名式) 선발(選拔)하야비양(比兩) 저(著)로 승부(勝負)를결(决)할때까지 시(試) 합(合)케하되일합(一合)의시간(時間)은 칠분(七分) 간(間)으로함. 본대회심판용어(本大會審判用語)는하(下)와여(如)함 『메여치기』『누르기』『조르 기』『꺽기』『한판』『절반』 『빅임』『좀잇스면빅임』『고만』『고만』’라고 전했다. 한판이라는 말이 당시 유도 대회를 전하는 기사에 등장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일본에서 ‘잇폰’이라는 말은 유도 이전에 검도 등에서 쓰던 말이었다. '한 일(一)과 '근본 본(本)'자를 써서 한 번의 공격으로 패배를 결정짓는다는 의미였다. 치명상을 주는 일격이라는 것이다. 1882년 가노 고지로가 만든 유도는 시작부터 ‘잇폰’이라는 규정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1897년 유도는 3판제 중 2판을 따야 승리할 수 있었다. 당시 가노는 한판 승부로 이기는 것이 반드시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3판 승부제를 적용했다. 유도의 발상지인 ‘코도칸(講道館)’에서도 이 규정으로 경기를 가졌다. 1916년부터 단체전을 중심으로 한판제 승부가 열렸다가 1925년 개인전서 한판제 승부가 적용됐다. (본 코너 1233회 ‘일본 유도의 총본산을 왜 ‘강도관(講道館)’이라 말할까‘ 참조)
유도에서 한판은 무슨 기술이든 완벽하게 사용하면 얻을 수 있다. 특히 상대의 몸이 공중에서 완전히 돌아갈 정도로 메치기 기술을 멋지게 성공시키거나 경기 막판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한판이 나왔을 때, 보는 이들에게 짜릿함을 준다. 4분 경기에서 3분59초를 지고 있다가도 마지막 1초를 남기고 한판을 성공시키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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