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주전'이 빠진 상황에서 '백업 자원'들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특히나 '젊은피 백업' 자원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사령탑에 각인할 좋은 기회다.
배준호(스토크시티), 오현규(헹크), 엄지성(스완지시티)은 요르단 원정을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세대교체 주역으로 눈도장을 제대로 받았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요르단 암만국제경기장에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 원정 경기에서 요르단을 2-0으로 꺾고 기분 좋은 승점 3을 따냈다.
적진에서 치러진 힘겨운 경기에서 홍명보호는 '베테랑' 이재성(마인츠)의 헤더 선제 결승골과 오현규의 쐐기골을 엮어 2골 차 무실점 완승을 따냈다.
이번 요르단 원정의 '최대 수확'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대표팀 주전급 선수들을 대신할 '세대교체 자원'들의 가능성을 제대로 시험했다는 점이다.
홍명보호는 요르단 원정을 앞두고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부동의 왼쪽 날개' 손흥민을 대체할 플랜B 수립에 집중했다.
홍 감독은 요르단전에 주민규(울산)를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좌우 날개에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배치하는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폐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가 중원을 맡았다.
포백은 이명재(울산), 김민재(뮌헨), 조유민(샤르자), 설영우(즈베즈다)가 담당했다.
홍 감독은 손흥민의 공백을 황희찬으로 대체하는 플랜B를 가동하며 요르단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은 홍명보호의 플랜B를 망가뜨렸다.
전반 10분께 강한 태클을 당해 왼쪽 발목 통증을 호소한 황희찬은 전반 21분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선수에게 왼쪽 발목을 눌리며 의무팀의 부축을 받고 교체되는 뜻밖의 상황에 봉착했다.
대표팀 공격의 원투 펀치 역할을 해왔던 손흥민과 황희찬이 동시에 빠지는 위기 상황에서 벤치에 대기하던 '22세 공격수' 엄지성을 왼쪽 날개로 투입하는 플랜C 가동에 나섰다.
엄지성은 그라운드에 투입돼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로 '손·황 공백'을 메우는 데 애를 썼다.
대표팀은 다행히 전반 38분 설영우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더로 마무리해 전반을 1-0으로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 불운은 후반에도 따라왔다. 전반전 교체로 투입된 엄지성마저 후반 3분 만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더는 경기를 이어가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홍 감독은 결국 후반 6분 엄지성 대신 배준호(21)를 투입하고, 지친 주민규 대신 오현규(23)를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내세우는 플랜D를 가동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배준호는 오현규와 함께 후반 23분 추가골을 합작했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2-0을 만들어 요르단의 항복을 받아냈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부상이 없었다면 벤치에서 대기했을 가능성이 컸던 엄지성과 배준호는 기회가 주어지자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활약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며 '젊은피의 힘'을 과시했다.
오현규 역시 A매치 12경기 만에 첫 득점에 성공하며 기회를 주면 한방을 터트릴 수 있는 '세대교체 자원'으로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배준호는 경기가 끝난 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더 준비하려고 했고 기회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많이 생각했는데, 경기력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오현규 역시 "그전에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믿음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인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도 증명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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