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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31] 왜 ‘유도(柔道)’라고 말할까

2024-10-09 09:39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28년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재일동포 허미미가 환하게 웃고 잇는 모습. [파리=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28년만에 은메달을 획득한 재일동포 허미미가 환하게 웃고 잇는 모습. [파리=연합뉴스]
일본은 2024 파리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 2개를 낚은 프랑스와 아제르바이잔에 앞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기록하며 종주국의 위세를 과시했다. 남녀 각 체급별과 혼성 단체 등 총 금메달 15개 가운데 종주국 일본을 제외하곤 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은 은메달 1, 동메달 1개로 전 대회인 2020 도쿄 올림픽(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성적과 비슷했다.

유도는 일본의 전통 무예인 ‘유술(柔術)’을 기초로 만들어 세계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했다. 한자어로 ‘부드러울 유(柔)’와 ‘길 도(道)’자를 써서 부드럽고 유연한 운동이라는 뜻이다. 유도는 상대를 타격하지 않고 넘어뜨리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무력화시켜서 제압하는 무도이다. 영어로는 일본어 발음을 소리나는 대로 옮겨 ’Judo’라고 말한다. 유도를 영어로 의역하면 ‘Gentle Way’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유도의 아버지'  가노지고로.
'일본 유도의 아버지' 가노지고로.


유도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거듭하며 발전시켜 온 전통 무예를 바탕으로 한 운동이다. 유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가노지고로(嘉納治五郞, 1860-1939)이다. 가노가 메이지 시대인 1882년 ‘강도관(講道館)’을 세우고 청소년들에게 유도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유도의 기원이다. 가노의 유도는 심신을 단련하는 데 목적을 둠으로써, 승패만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의 유술과 차별성을 두었다. 동경제대 철학과를 졸업한 가노는 아시아인 최초로 IOC 위원을 역임했으며, 일본체육 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일본에서 그는 ‘유도의 아버지’, ‘일본 체육의 아버지’로 불린다.

근대 유도는 일본에서 경찰이나 학교 교육으로 널리 보급됐다. 스포츠 종목으로서 유도는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1948년 제1회 전일본 유도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전일본유도연맹(AJJF)는 1949년 결성됐다. 1951년 국제유도연맹(IJF)이 창립됐으며, 1956년 제1회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가 개최됐다. 올림픽 경기는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여자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유도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1909년 중앙기독교청년회에서 유도장을 세우면서부터이다. 이후 1945년 10월 조선유도연맹이 창립됐고, 1956년 5월 국제유도연맹에 가입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초기부터 유도 종목을 지상에 소개했다. 조선일보 1921년 1월27일자 ‘중앙청년회운동부실내운동(中央靑年會運動部室內運動)’ 기사는 다음과 같다.

‘경성종로(京城鍾路)에 잇는 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운동부(朝鮮中央基督敎靑年會運動部)에셔는 내이월삼일오후칠시(來二月三日午後七時)부터 실내운동장(室內運動塲)(써커스)대회(大會)를 당회관실내운동실(當會舘室內運動室)에셔 개(開)□할터인대 관람권(觀覽券)은 당일 회장(當日會塲)의 훤잡(喧雜)을 피(避)키위(爲)하야 미리 발매(發賣)하며 상층(上層)에는 부인(婦人)의관람(觀覽)을 사절(謝絕)한다하며 당일 운동경기(當日運動競技)의 종목(種目)은 여좌(如左)하다더라
일(一),조선일유선수대재조선서양(朝鮮一流選手對在朝鮮西洋) 인일유선수(人一流選手)의 □스켓뽀ㄹ 경(競) 쟁(爭)
일(一),유도(柔道),검도(劒道)
일(一),스위ㅇ,목마(木馬),철봉(鐵捧),인도봉(印度棒) 기계운동업(機械運動業)
일(一),여흥(餘興),희극(喜劇),연합무도(聯合舞蹈)
기타체육적경기수종(其他體育的競技數種)’

조선중앙기독청년회에서 유도를 비롯한 여러 종목의 시범 경기를 관중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내용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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