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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74] 펜싱에서 왜 ‘통행권’ 적용이 중요한 것일까

2024-08-09 06:17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미국의 마그다 스카본키에비치와 경기하는 최세빈(왼쪽)[AP=연합뉴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미국의 마그다 스카본키에비치와 경기하는 최세빈(왼쪽)[AP=연합뉴스]
펜싱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이다. 펜싱을 잘 모르는 이들은 양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둘러 어느 선수가 득점을 했는 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때 필요한 이가 심판이다. 심판은 두 선수가 동시에 공격을 할 때, 어떤 선수가 득점에 먼저 성공했는지를 판단한다. 통행권 또는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통행권 또는 우선권은 영어 ‘Right of way’ 또는 ‘Priority’를 번역한 말이다. 통행권이나 우선권은 먼저 길을 지나가는 권리나 일을 먼저 처리하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한자어인 ‘통행권(通行權)’ ‘우선권(優先權)’이라는 말은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검색되지 않는다. 서양 단어를 두 한자 번역어로 자리잡게 한 것은 일본에 의해서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언론에서 통행권, 우선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통행권이나 우선권은 법률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강하게 포함하고 있다. 펜싱에서 이 권한은 절대적으로 심판에게 주어져 있다. 통행권은 플뢰레와 사브르에서만 인정된다. 에페에서 통행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종목 자체가 신체의 어떤 부위든 먼저 상처를 내서 피를 보면 이기는 19세기 말 결투 룰에 따라 전신이 유효면이기 때문이다.

플뢰레와 사브르에서 통행권은 두 선수가 같은 짧은 시간(1초) 이내 타격을 가했을 때 어느 펜서가 터치 또는 포인트를 받는지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기준이다 . 이 시간을 넘어 타격을 가했다면 전기 채점 장치는 상대방의 후속 타격을 기록하지 않고 먼저 타격을 한 선수에게 득점을 부여한다. 판정이 어려울 경우는 경기 정지 후 심판이 어느 선수에게 포인트를 부여할지를 결정한다.

기본 원칙의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통행권 규칙은 적용 여부를 갖고 논란을 빚는 경우가 잦다. 공격과 방어를 결정하는 기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펜싱연맹(FIE) 규칙에 따르면 공격은 ‘팔을 뻗고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동작’으로 정의한다. 일반적으로 심판은 먼저 팔을 펴고 공격하는 선수에게 통행권을 부여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심판은 쉬운 옵션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선수에게 통행권을 부여하는 경향이 많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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