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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72] 펜싱에서 왜 칼로 맞서는 것을 ‘앙가주망’이라고 말할까

2024-08-07 06:36

펜싱은 칼로 맞서는 앙가주망 단계를 거쳐 경기에 들어간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서 미국의 마그다 스카본키에비치와 경기하는 최세빈(왼쪽). [AP=연합뉴스]
펜싱은 칼로 맞서는 앙가주망 단계를 거쳐 경기에 들어간다. 사진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서 미국의 마그다 스카본키에비치와 경기하는 최세빈(왼쪽). [AP=연합뉴스]
앙가주망은 국어사전에 외래어로 등재된 말로 작가나 문학인들의 사회 참여를 뜻한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대표적인 저서 ‘존재와 무’에서 인간의 사회적 능동성을 중시하는 개념으로 앙가주망을 내세웠다. 펜싱에서 앙가주망은 일반적인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두 칼이 접촉하고 있는 상황을 앙가주망이라고 말한다. 앙가주망을 취한다는 것은 상대 칼에 자신의 칼을 갖다대며 칼싸움을 시작하는 단계를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는 펜싱 용어로 더 많이 쓰였는데, 철학적인 용어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Engagement’는 약혼, 또는 공적인 약속이나 업무, 교전 등의 뜻을 갖는다. 같은 철자의 프랑스어가 어원으로 1600년대부터 사용한 말이다. 본래는 약속하다는 의미로 출발했는데, 싸움이나 경쟁한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동사형 ‘Engage’이 기본 어간이며, 명사형 접미사 ‘-ment’가 붙여 명사로 쓰이게 됐다.

우리나라 언론은 앙가주망이라는 말을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이 소개되는 1950년대 후반부터 문학, 예술 등에서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59315일자 反文的(반문적)인 知識人(지식인) 詩(시)는詩人(시인)의 象徵的(상징적)인行動(행동)) 英美(영미)의젊은世代(세대)와 韓國(한국)의젉은世代(세대) <作家(작가)의 社會參與(사회참여)와 關聯(관련)하여> (上(상))’ 기사에서 처음 앙가주망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초창기 싸움의 의미로 쓰이던 앙가주망을 공식적인 경기 용어로 처음 사용했으며, 이후 펜싱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보편적인 용어로 자리잡았다. 프랑스에서 펜싱은 17세기에 규칙과 용어가 체계화되고 교육 시스템이 생기면서 스포츠로 발전했다. 펜싱은 18세기 무렵부터 유럽 귀족계급의 교양으로 꼽혔다. (본 코너 1151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참조)

펜싱 선수들이 경기 중 수많은 앙가주망 상황을 맞는다. 효과적인 득점을 하기 위해선 선수들이 앙가주망을 잘 활용해야 한다. 칼날이 서로 부딪치거나 접촉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야 득점에서 유리하다.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상대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앙가주망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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