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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65] 왜 ‘어펜져스’라고 말할까

2024-07-31 06:14

2020 도쿄올림픽에서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2연패에 성공한 한국 '어펜져스'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캡처]
2020 도쿄올림픽에서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2연패에 성공한 한국 '어펜져스'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 캡처]
2024 파리 올림픽 초반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린 한국 선수단은 1일 새벽(한국 시간) 펜싱 남자 사브로 단체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당초 이 종목은 펜싱 세부 종목 중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가장 높게 꼽았다. 이 종목 3연패에 도전하는 남자 사브르팀은 사브르 개인전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의 주인공 오상욱을 비롯해 구본길, 박상원, 도경동 등 4명으로 구성됐는데, 네티즌 사이에선 ‘어펜져스’라고 불린다. 이 말은 경기 종목 이름인 펜싱과 한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의미인 ‘어벤져스’가 합쳐진 것이다.

영어어원사전에 따르면 영어 ‘Fencing’은 ‘검을 휘두르다’는 의미인 동사 ‘fence’의 동명사이다. 울타리를 의미하는 ‘fence’와 철자와 어원이 같다. 중세영어 ‘fens’에서 유래했는데 이 말은 ‘방어’를 의미하는 ‘defense’의 옛 말 ‘defens’에서 파생됐다. 본래 의미는 ‘방벽’ ‘방어 설비’라는 뜻이다. 이 단어가 근세에 들어와 ‘검’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이 추가되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검술’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프랑스어로 펜싱을 '에스크림(escrime, [εskʀim])'이라 부르는데, 이 말은 게르만조어(Proto-Germanic)로 '방어하다', '보호하다'라는 뜻을 가진 '스키르미야난(skirmijanan)'과 라틴어 '스키르마(skirma)'에서 유래했다. 이 역시 영어 'fence'와 비슷하게 본래는 ‘방어, 방어를 위한 구조물’ 등을 뜻했지만 고대 게르만어와 라틴어에서 '싸우다'라는 뜻의 'skirman', 'escremir'로 변했고, 현대 프랑스어에서 펜싱을 지칭하는 어휘가 됐다.(본 코너 1150회 ‘왜 펜싱이라 말할까’ 참조)

어벤져스라는 말은 미국 영화 제작사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인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슈퍼 히어로를 소재로 시리즈 영화 가운데 가장 히트를 한 영화 제목에서 나온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어벤저스'가 옳은 표기이지만, 수입사에서 '어벤져스'로 표기해 고유명사화되어 어벤져스로 굳혀졌다. 이 말은 영어로 ‘Avengers’라고 쓴다. 복수를 하다라는 뜻인 동사 ‘Avenge’에 사람을 의미하는 접두사 ‘~er’과 둘 이상을 뜻하는 ‘~s’가 더해져 복수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영화에서 헐크,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마블의 내로라하는 주인공들이 모두 등장한다. 이들은 뭉칠 때마다 ‘Avengers Asemble!(어벤져스 모이자)’라고 외친다.

영화에서 유래된 ‘어벤져스’라는 말은 악한 세력에 복수하기 위해 협력하는 팀으로 해석해도 좋다. 한국 네티즌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남자 펜싱 사브르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을 기대하며 염원을 담아 이 말을 수년전부터 쓰기 시작했다. 한국 펜싱 사브르팀은 2012년 런던,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금빛 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펜싱 단체전은 올림픽에서 '종목 로테이션'을 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도쿄 올림픽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여러 대회에서 오상욱, 구본길과 호흡을 맞춰 금메달을 합작하고 팀 세계랭킹 1위를 오래 지키는 데 힘을 보탰던 김정환과 김준호가 물러나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여전히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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