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디 게임에 대한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네오위즈가 유통한 2021년 출시작 '스컬', 2023년 출시작 '산나비'가 히트를 치고, 인디 게임이라기엔 미묘한 점이 있지만 넥슨의 산하 스튜디오인 민트로켓에서 만든 '데이브 더 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까지 진출하며 좋은 성과를 냈으며, 크래프톤의 산하 스튜디어 렐루게임즈가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과 'Uncover the Smoking Gun'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MMORO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를 비롯한 AAA게임들이 점유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하나의 신선한 경험으로 게이머들에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녕서울: 이태원편'은 지노게임즈가 개발하고, 몇 년 전부터 인디게임에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하고 있는 신작이다. 아직 정식 버전이 출시돼 있지는 않지만, 지난 해 12월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데모버전이 공개돼 있으며, 올해 하반기 얼리억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을 출시 준비 중이므로 조만간 대중들을 만날 예정이다.
올해 21~23일 일본에서 열린 인디게임 행사 '비트서밋 2024'에 참여했으며, 30일까지 진행되는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 2024'와 게임 커넥션이 스팀을 통해 진행하는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참여, 올해의 게임, 베스트 스토리텔링, 최고의 퍼즐 게임 부문 후보에 올라 있는 등 네오위즈의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이번 리뷰는 스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데모 버전을 중심으로 리뷰를 진행했다.
일단 게임 내에 진입하면 인디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트 그래픽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그리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아 낮은 사양의 노트북이나 컴퓨터로도 원활한 구동을 보인다. 참고로 화면 비율 조정은 지원하지 않으므로 풀스크린으로 구동하는 것이 좋다.
다만, 단순한 도트 그래픽은 아니고, 스타일 텍스처를 입힌 3D 모델링과 스켈레탈 메시 애니메이션을 혼용해 제법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한다. 또한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과 배경의 움직임이 매끄러워 실제 게임 상에서는 도트 특유의 지저분한 느낌은 적다.
그리고 전반적인 화면 배색이 칙칙한 느낌은 아닌데다, 주변의 광원에 따라 인물들의 색이 변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장면들을 보면 도트 아트 작품을 접하는 느낌까지 든다.
게임에 진입하면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는 멸망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한강을 향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주인공이 깨어난 고시원 벽에는 '실내 자살 금지'라고 쓰여 있고, 한강에 도착하면 여러 개의 신발이 걸려 있어 아름다운 노을(저녁인지 아침인지는 알 수 없다)을 배경으로 을씨년스러움을 더한다.
자세한 내용은 미리니름(스포일러)이 될 수 있어 설명할 수 없지만, 격한 액션 없이도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진행하다 보면 배경의 효과음 등이 효과적으로 배치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아포칼립스 상황으로 폐허 상태임에도 작동되는 건널목 신호들의 효과음 등이 미묘한 현실감을 준다.
데모 버전이므로 긴 스토리는 전개되지 않지만, 대사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 제법 퀄리티가 높은 서사가 진행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게임 장르는 액션 어드벤처와 퍼즐을 표방하는데, 사실 급박한 액션성은 별로 없고, 퍼즐적 요소가 중요하다.
조작은 커서키(흔히 사용하는 WASD가 아니다)와 왼쪽 Shift키 만을 사용한다.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도 없다. 퍼즐은 조금만 생각하면 풀 수 있는 수준이다. 주로 전기가 흐르는 웅덩이를 피하고, 작동되는 엘리베이터와 노란색 카트를 잘 움직이면서 앞으로 진행하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이다.
즉. 생존 게임을 기대하며 액션을 위해 손가락 준비운동을 할 필요는 없고, 가벼운 퍼즐과 함께 스토리를 감상하는 것이 이 게임을 즐기는 옳은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공개된 버전은 천천히 진행해도 20분에서 30분이면 공개된 부분의 마지막까지 볼 수 있다.
짧은 체험 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꼭 도트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게다가 시작화면에서 매우 굵은 도트로 묘사돼 있어 큰 화면으로 본다면 어색한 부분이 없지 않다.
단순한 도트는 아니고, 3D로 만들어져 광원 효과로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내 인디게임을 많이 즐겨본 이들에게는 거부감 없이 다가오겠지만, 라이트 게이머들에게는 저퀄리티로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물론 도트가 아닌 실사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면 주인공의 복장 등을 고려하면 자칫 미소녀 게임으로 오인될 수 있으며, 어설픈 3D 그래픽은 어색한 모션 등으로 오히려 낮은 완성도로 평가될 수 있으니 꼭 나쁜 선택은 아닐 수도 있겠다.
참고로 오해를 많이 사는 부분일수도 있는데, 도트 그래픽이라고 해서 결코 작업량이 적지는 않다. 오히려 움직임을 하나하나 그리는 과정은 3D 제작 이상으로 많은 공을 필요로 한다.
후일 정식 출시 뒤 게임의 특성상 성패는 스토리 진행이 얼마나 흡인력 있게 다가올 것인가에 달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게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안녕서울 : 이태원편'이므로 안녕서울 시리즈가 전개될 것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직 정식 출시는 멀었지만 완성본을 기다려도 좋을 '작품'이다. 특히 설정에 따라 욕설 필터링 기능도 있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그리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도 먹힐 작품으로 완성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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