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관’은 영어 ‘Laurel Wreath’를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원래 중국에서 ‘Laurel’를 ‘월계수(月桂樹)’로 번역해 사용했다. 여기에 서양문화를 본격적으로 수입한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서 ‘Wreath’를 ‘갓 관(冠)’으로 번역해 ‘월계관’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술 ‘월계관’은 ‘Laurel Wreath’을 월계관으로 번역한 지 얼마되지 않은 1905년(메이지 38년) 교토에서 유명한 술 회사가 상표 등록을 한 뒤 회사 이름도 월계관으로 바꿨다. 이 회사는 1637년 오쿠라 치우에몬에 의해 교토에서 창업됐다.
그리스 고대 올림픽에서 원래 승자에게 수여했던 것은 월계관이 아닌 올리브의 잎으로 만든 ‘올리브관’이라고 한다. 고대 올림픽은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신 제우스에게 바치기 위해 행해졌는데, 올림피아 축제의 승자에게 올림피아의 정원에 심은 올리브의 가지로 만든 관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것이 올리브관의 유래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리스에서 개최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에게 올리브관이 수여됐다.
월계관은 현재도 승리나 명예를 상징한다. 예를 들면 노벨상 수상자를 ‘Nobel Laureates (노벨의 로렐을 씌운 자)’라고 부르는 유래가 됐다. 나라에 따라서는 석사과정을 수료한 증거로 졸업식 때 월계관을 익히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본의 영향으로 일본 강점기때부터 월계관이라는 말을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0년 4월26일자 ‘春期大運動會(춘기대운동회)’기사에 ‘월계관’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딴 손기정은 아돌프 히틀러에게 부상으로 받은 묘목을 가져와 자신의 모교인 양정중 인근에 심었다. 당시 이름을 ‘월계관 기념수’라고 명명했는데, 실제로는 미국산 참나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나무는 현재 목동으로 이전한 양정중의 옛 부지인 서울 중구 손기정 공원에 서울시 기념물 제 5호로 조성돼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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