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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51] 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

2024-07-15 05:31

프랑스가 종주국인 펜싱은 대부분의 용어를 프랑스어로 사용한다. 사진은 한국 남자펜싱 국가대표 경기 모습.
프랑스가 종주국인 펜싱은 대부분의 용어를 프랑스어로 사용한다. 사진은 한국 남자펜싱 국가대표 경기 모습.
펜싱 경기 시작 직전 심판은 프랑스어로 "앙가르드(en garde), 프레(pret), 알레(allez)"라고 외친다. 앙가르드는 한쪽 발과 손을 앞으로 향하고 몸을 구부리는 기본 준비 자세를 뜻한다. 심판이 선수들에게 준비 자세를 갖추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프레는 준비라는 의미로 경기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선수들이 대답하면 심판은 시작이라는 뜻인 "알레!"를 외쳐 펜싱 경기 시작을 알린다.
프랑스는 펜싱 종주국이다. 펜싱의 뿌리는 고대 서양검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시대 검사들은 엔시스(길이 40∼86㎝)라는 비교적 짧은 검을 사용했다. 서양검술은 이후 중세시대를 거치며 스페인, 이탈리아 등지에서 개량과정을 거쳤다. 현재의 펜싱이 틀을 갖추게 된 것은 프랑스에서다. 단검을 폐지하고 장검만을 사용하는 프랑스류의 검법이 체계화됐다. 오늘날 펜싱의 국제표준용어가 프랑스어인 이유다. (본 코너 1150회 ‘1150] 왜 펜싱이라 말할까’ 참조)

펜싱(Fencing)은 종목 자체 이름은 영어로 돼 있지만 경기 용어는 프랑스어를 대부분 사용한다. 태권도에서 한국어,유도에서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대 펜싱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17세기 말과 18세기 초 프랑스의 펜싱 학교에서 유래했다. 그 이전에는 펜싱 용어가 이탈리아어로 돼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검사들이 프랑스에 펜싱을 전수하면서 프랑스는 본격적인 펜싱 종주국의 토대를 만들었다. 프랑스의 펜싱은 17세기에 규칙과 용어가 체계화되고 교육 시스템이 생기면서 스포츠로 발전했다. 펜싱은 18세기 무렵부터 유럽 귀족계급의 교양으로 꼽혔다. 마스크를 쓰고, 검의 위험성을 없애고부터는 스포츠가 됐다.
18세기에 프랑스 펜싱 학교는 유럽의 표준이 됐다. 얇은 검인 호일은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훈련 기술로 개발됐다. 실제 결투용 검보다 작고 안전한 무기로 빠르고 우아한 찌르기 펜싱을 연습할 수 있었다. 검사들은 칼날 주위에 호일을 감거나 칼끝에 꽃이라는 의미인 플로레를 고정해 칼끝을 무디게했다.

펜싱을 관할하는 국제스포츠연맹 조직체인 국제펜싱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은 1913년 9월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됐다. 프랑스가 창립을 주도하고 벨기에, 보헤미아, 독일, 영국, 헝가리,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가 창설국으로 참여했다. 국제펜싱연맹 공식 명칭도 프랑스어로 결정했는데, 펜싱을 프랑스어인 '에스크림(escrime, [εskʀim])'로 표기했다. 이 말은 게르만조어(Proto-Germanic)로 '방어하다', '보호하다'라는 뜻을 가진 '스키르미야난(skirmijanan)'과 라틴어 '스키르마(skirma)'에서 유래했다. 이 역시 영어 'fence'와 비슷하게 본래는 ‘방어, 방어를 위한 구조물’ 등을 뜻했지만 고대 게르만어와 라틴어에서 '싸우다'라는 뜻의 'skirman', 'escremir'로 변했고, 현대 프랑스어에서 펜싱을 지칭하는 어휘가 됐다.

펜싱을 제대로 하려면 프랑스어로 된 기본동작을 올바로 익혀야 한다. 기본 동작은 ‘아땅시옹’(attention·차렷), ‘살뤼’(salut·인사), ‘앙갸르드’(en garde·기본자세), ‘마르쉬’(marche ·앞으로 이동), ‘롱빼’(rompez·뒤로 이동), ‘팡트’(공격) 등 여섯 가지로 구성돼 있다. 펜싱 경기는 3종목 모두 프랑스어로 돼 있다. 플뢰레(Fleuret)에서는 얼굴, 팔, 다리를 제외한 몸통만 공격할 수 있으며 에페(Epee)에서는 마스크와 장갑을 포함한 상체 모두를 타격할 수 있다. 찌르기와 베기가 모두 가능한 사브르(Sabre)에서는 허리 위를 공격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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