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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토막 리뷰] AI와 대화하며 심문한다? 이것은 게임의 '진화'인가

크래프톤 렐루게임즈 '언커버 더 스모킹 건'

2024-07-02 16:41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


게임 유저라고 하면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과연 이 게임이 재미있는 것일까 일 것입니다. 물론 이것저것 다 깔아놓고 소위 '찍먹' 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러기엔 시간도 아깝고, 부담도 큽니다. 이에 마니아타임즈에서 대신 게임을 깔아보고, 실제로 어떤지 간접 체험해 드립니다. 이번 게임은 크래프톤 산하 딥러닝·AI 전문 스튜디오 렐루게임즈에서 지난 달 24일 정식 출시한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입니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이제 사실 꽤 진행 됐다. 2022년 본격적으로 대중들이 접할 수 있게 된 생성형 AI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텍스트, 이미지, 나아가 음악이나 동영상까지 제작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왔다.

물론 아직 완벽한 수준이라기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생성형 AI가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의 합법성 논란 등도 있지만, 분명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2022년 11월 30일 초기베타가 등장한 대화형 AI 'ChatGPT'가 대중에게 안긴 충격은 상당했다.

그런데 아직 게임에서의 활용은 무척 제한적으로 이뤄졌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주로 활용됐다. 즉, 게임 내 이미지 소스를 만드는데 사용되거나, 코딩을 위해 보조적 목적으로 쓰이는 정도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의 등장은 매우 신선했다. 과거 어떤 게임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새로운 게임의 등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사무실의 방 안에서 나오면 Q봇을 만나게 된다. 이 Q봇을 통해 AI의 지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말이 가끔 고이기는 하지만 대화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사무실의 방 안에서 나오면 Q봇을 만나게 된다. 이 Q봇을 통해 AI의 지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말이 가끔 고이기는 하지만 대화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었다.

게임의 장르는 인터랙티브 추리 게임이며,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단순하다. 근미래에 AI 안드로이드가 범용화된 시점에서 AI 안드로이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사건 해결의 과정에서 유저는 탐정이 돼서 현장에서 증거를 찾고, AI 안드로이드를 심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심문의 과정이 이전 게임들과 매우 차별화 되는 것은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즉, 질문을 정해진 몇 가지 내용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키보드 타이핑을 통해 물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용의자인 AI 안드로이드와 만나자 마자 "안녕"이라고 하면 "안녕 탐정님! 굴금 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라고 답한다. 다시 "멋진 몸이로구나 힘도 쎌 것 같은데"라고 물으면 "고마워요, 탐정님. 하지만 제 힘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달렸어요."라고 답한다. 이런 식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똑같은 질문에도 답변은 조금씩 달라진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정보 중 로봇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에 대한 설명. 이 현상은 게임의 주요 주제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얻을 수 있는 정보 중 로봇도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할루시네이션' 현상에 대한 설명. 이 현상은 게임의 주요 주제이다.


다만 완벽하지는 않다고 느껴지는 답변이 있기도 하고, 존대말과 반말을 섞어서 답하기도 한다. 마치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와 대화를 하는 느낌이다.

물론 지식 정보량은 많아 궁금한 것을 물으면 제법 답변을 해 준다. 예를 들어 게임 중 얻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아트로핀은 무엇이지?"라고 물으면 사전적 의미의 답변을 해 준다.

게다가 이 AI는 진실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도 한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게임 중 정보를 얻기 위해 "아빠 생일은 언제지?"라고 물으면 잘못된 생일을 알려준다. 그것도 매번 다르게. 왜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느냐고 항의하면 "당신의 추리 능력을 확인하려고 했어요."라며 능글맞은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AI 안드로이드의 주장과 배치되는 질문을 하면 삐져서 "그러면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식의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진실을 피하는 답변을 한다 싶으면 "진지하게 답변하라"고 지시하면 진지해진 내용의 답변을 해 준다.

다소 오타를 내거나 띄어쓰기가 조금 엉망이어도 말을 잘 알아 듣는다. 정확한 질문을 하기 위해 오타체크 프로그램까지 돌릴 필요는 없다.

이 쯤 되면 정말 실감나는 취조가 가능하다. 협박을 하거나, 달래보는 것도 가능하며, 진실을 들이대며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진실을 들이대며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느냐고 추궁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로봇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확인 정보], [시스템 과부하]라는 문구를 통해 로봇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로봇한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고 하니 진실과 거짓을 잘 가려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확인 정보'와 '시스템 과부하'를 통해 로봇 AI가 주는 정보의 참과 거짓을 확인할 수 있다는 알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확인 정보'와 '시스템 과부하'를 통해 로봇 AI가 주는 정보의 참과 거짓을 확인할 수 있다는 알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이 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확인 정보] 라는 알림이 뜬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이 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확인 정보] 라는 알림이 뜬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시스템 과부하] 라는 알림이 뜬다. 이 거짓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게임 클리어의 속도를 높인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시스템 과부하] 라는 알림이 뜬다. 이 거짓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게임 클리어의 속도를 높인다.

게임 중 엉뚱한 행동으로 "너는 사람을 때릴 수 있나", "너 못생겼어"와 같은 게임과 상관없는 질문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끝말잇기도 가능하다. 진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다.

증거수집과 심문을 마쳤으면 답을 적어낼 수 있다. 답을 적어 내면 게임에서 점수를 매기고, A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사건의 실체를 알려준다. 사실 답은 사건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적어 낼 수 있지만, 그것만은 권하지 않는다. 해답을 알아내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 아니라 AI 안드로이드와 대화하며 진실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게임의 진짜 재미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떻게 게임 내 AI가 저렇게 사실적으로 반응할 수 있을까 싶은데, 렐루게임즈의 한규선PD와 이기문 딥러닝 엔지니어가 크래프톤과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ChatGPT를 활용했다고 한다. ChatGPT가 답변을 할 때 배경 설정을 주고, 이에 맞춰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게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듯 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의 모든 거짓말에 [시스템 과부하] 라는 알림이 뜨지는 않는다. 해당 상황에서 에코라는 로봇은 잘못된 정보를 가르쳐 주지만, [시스템 과부하]라는 알람이 뜨지는 않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가 아닌 '농담'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로봇의 모든 거짓말에 [시스템 과부하] 라는 알림이 뜨지는 않는다. 해당 상황에서 에코라는 로봇은 잘못된 정보를 가르쳐 주지만, [시스템 과부하]라는 알람이 뜨지는 않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가 아닌 '농담'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ChatGPT를 게임 내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거의 최초 사례일 듯 한데, 사실 게임 가격을 생각하면 ChatGPT 이용료가 더 들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참고로 한규선PD가 언급한 내부 자료에 의하면, 데모버전 공개 당시 최대로 대화한 유저는 주고받은 횟수가 2982회였을 때 ChatGPT 서비스 비용이 11$정도 들었다고 한다. 거의 52시간 이용한 정도였다고 한다.

사실 정식 버전 전에 공개한 데모버전도 ChatGPT 이용료를 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개발비의 상당 지분은 ChatGPT 이용료가 차지했을 것 같은데,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개발사는 적자가 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언제든 답을 바로 적어 넣을 수 있다. 모든 문제의 답을 정확하게 제출하면 A라는 평가가 나오며 사건의 실체를 알려준다.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지않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답을 찾아 바로 모든 사건의 해답을 적어 넣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이 게임의 재미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답을 추론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중 언제든 답을 바로 적어 넣을 수 있다. 모든 문제의 답을 정확하게 제출하면 A라는 평가가 나오며 사건의 실체를 알려준다.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지않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답을 찾아 바로 모든 사건의 해답을 적어 넣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현명하지 않다. 이 게임의 재미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답을 추론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추론 과정을 정리해 볼 수 있는 보드판이 있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 인게임 화면. 게임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추론 과정을 정리해 볼 수 있는 보드판이 있다.

하지만 게임은 정말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요 근래 경험한 게임 중 가장 임펙트가 있었던 게임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진행 외적인 요소로 그래픽이나 음악은 AAA급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게임과 제법 잘 어울린다. 음악은 한규선 PD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조금 촌스러운 부분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게임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에러를 방지하기 위함인지 물체 등에 끼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 버튼이 있다는 점있데, 실제로 사용할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여담으로 최근 국내에서 비슷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연이어 출시되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유저들이 많은데, 기자는 전작인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도 재미있게 즐긴 사람 중 1인으로서 다음에는 얼마나 더 신선한 게임을 들고 찾아올지 기대하며 렐루게임즈의 행보를 응원하고자 한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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