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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37] 왜 선수들이 앉는 자리를 ‘벤치’라고 말할까

2024-06-28 07:11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여자핸드볼 대표 선수들을 지휘하는 강재원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여자핸드볼 대표 선수들을 지휘하는 강재원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벤치는 본래 긴 의자를 이르는 말이다. 국어사전에도 오른 외래어로 공원이나 대합실에 몇 사람이 같이 앉을 수 있게 만든 긴 나무의자이다. 스포츠용어로 사용하면 선수나 감독 등 임원들이 앉는 자리라는 뜻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Bench’는 제방을 뜻하는 라틴어 ‘Bank’가 어원이다. 고대 독일어를 거쳐 고대 영어 ‘Benc’에서 파생돼 12세기부터 현재와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이 말은 본래 판사가 앉는 법정이나 사법부 구성원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현재에도 ‘Bench and Bar’은 모든 판사와 변호사를 집합적으로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스포츠에서 ‘Bench’가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근대스포츠가 영국에서 생기면서였다. 공적이나 사적인 경기에서 선수나 감독 들이 앉는 자리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활용됐다.

미국야구용어 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Bench’는 1881년 처음 제정된 규칙에 ‘ 클럽 그라운드 양쪽에 모자걸이가 있는 선수용 벤치의 설치를 요구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미국 야구용어로 처음 사용됐다. 현재 미국야구에선 벤치라는 말은 ‘덕아웃(Dug out)’과 같이 쓴다. MLB 공식 규정에 따르면 각 팀 벤치는 홈 팀과 방문팀 각각 하나씩 선수단에게 벤치를 제공해야 한다. 벤치는 베이스 라인에서 25피트(7.5m) 이상 떨어져서는 안되며 지붕을 씌우고 뒷면과 끝이 둘러 싸여 있어야 한다. 덕아웃은 보통 벤치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엄밀하게는 벤치를 포함해 선수들의 장비(방망이, 장갑, 타격 헬맷, 포수 장비 등)를 보관하는 장소 등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본 코너 21 ‘‘벤치 클리어링(bench clearing)’의 ‘벤치’와 ‘덕아웃(dugout)’은 어떻게 다른가‘ 참조)

벤치라는 말은 현재 야구뿐 아니라 농구, 배구, 축구, 핸드볼 등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우리 말로 ‘벤치를 지킨다’는 것은 주전에서 제외된다는 뜻으로 벤치의 의미를 확장해서 사용한 것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에서 벤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1950년대 이후부터이다. 경향신문 1959년 4월12일자 ‘文化人野球大会(문화인야구대회)’ 기사에서 ‘무엇에 홀렸는지 얼이 빠졌는지 눈만 껌벅거리며 만화인(漫畫人)팀 벤치앞에 시무룩하게 앉아있기만 했는데~’라고 전했다.

핸드볼 경기규칙에는 각 팀 벤치에 주전을 포함한 선수 14명과 감독, 코치를 비롯한 임원 4명 등이 앉을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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