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디게임사 아이보리핸드(IvoryHand)가 제작한 패스마스터는 지난 2022년 10월 24일 출시된 판타지 배경의 퍼즐 및 미소녀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제작한 게임과 비교하면 그래픽, 인터페이스 등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게임에 진입하면 나쁘지 않은 음악과 스토리 등으로 몰입도는 나쁘지 않았다.
일단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는 '무료'라는 점이다. 무료라고 하지만, 들이는 시간이 아까운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공략할만한 재미를 보장한다.
처음 게임을 실행하면 '휴나 대륙'이라는 배경이 나오고, 정체모를 여성이 한 가정에 수상한 큐브를 전해주는 프롤로그가 나온다. 이 가정에서 '랜드'라는 이름의 소년이 태어나는데, 이 소년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상한 책과 3장의 카드가 등장하고, 이를 지켜보는 실루엣으로 신적 존재로 보이는 '포르마트'(파란색 글자)와 '히스토리'(노란색 글자)가 등장한다. 여기서 책은 랜드의 행보를 보여주고, 유저는 포르마트가 돼 주인공의 행보를 결정하게 된다. 이 책은 '회랑'이라고 불리며, 펼치면 랜드의 행보가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의 행보를 결정하는 방법은 주인공과 맺어질 수 있는 6명의 여성과의 인연을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에 3장의 카드가 보이는데, 이 3장의 카드는 각 면마다 1명의 여성과의 인연이 등장한다. 따라서 카드의 양면에 1명씩, 즉, 한번에 3명까지 여성과 인연이 연결된다.
히스토리에 따르면 원래 주인공은 6명의 여성과 인연이 연결돼 있는데, 모두를 만나게 되면 자신들의 대적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니 한번에 3명까지만 만날 수 있도록 해 두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3명과의 인연이 어떻게 펼쳐지는가가 게임의 1회 스토리가 된다.
인연을 움직이는 방법은 당구와 비슷한 형식의 공(운명의 핵)을 이용한다. 공을 한 번에 움직여 가능하면 많은 경험(동그란 마크)과 접촉하게 하면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 한 번에 접촉할 수 있는 경험은 3개까지이다.
다만, 보호막이 있는 경험은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 등의 요소가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잘 연결하는가가 긍정적인 방향(정방향)으로 주인공을 이끌어 나가는지의 핵심이 된다. 결과가 정방향인지, 역방향인지는 구슬치기가 끝나고 나면 무수한 주사위를 굴리는데 '○'가 많으면 정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만일 점수가 부족해 역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면 주인공이 좌절하는 방향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역시 하나의 이야기 이므로 다양한 이야기의 결과물을 살피는 것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이다.
한번 끝난 이야기는 다시 확인 가능하고, 총 12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회 스토리를 다시 진행하면 이전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니, 실제로는 수차례 반복 플레이를 요구한다. 다만, 1회의 스토리는 매우 짧은 편이므로 잘 살피는 것이 좋다.
스토리를 살펴보면 배경 세계는 한번 멸망했다가 다시 회복된 사회인 듯 하며, 멸망한 세계의 유산으로 등장하는 물건들과 유적지를 살피면 멸망 전의 사회는 현대사회와 같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현대사회의 멸망이 포르마트나 히스토리와 같은 존재와 관계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가진 특수능력으로 펼쳐나가는 모험이 진행되는데, 실제 모험은 대부분 결과만 확인할 수 있어 박진감과는 거리가 좀 있다. 하지만 숨겨진 이야기의 뒷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엔딩이 무언가 모든 이야기가 풀리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과, 처음 게임에 대한 설명이 대화로 이뤄져 처음 이해하기가 어려워 진입 장벽이 조금 있다는 점 등이 있겠다. 설익은 듯한 UI(유저 인터페이스)나 친절하지 못한 스토리의 미숙함도 안타깝다.
그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설픈 유료 게임보다 인상깊은 사용자 경험을 부여한다. 현재 제작사인 아이보리핸드가 후속작인 '시그나노타'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꽤 기대하게 된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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