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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14] 핸드볼을 ‘인도어 핸드볼’이라고 말하는 이유

2024-06-04 06:24

한국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국제경기 모습.
한국남자 핸드볼 대표팀의 국제경기 모습.
국제핸드볼연맹과 대한핸드볼협회 경기규칙집 제목은 영어로 ‘RULES OF THE GAME INDOOR HANDBALL’로 돼 있다. 우리 말로 ‘실내 핸드볼 경기규칙’이라고 번역한다. 핸드볼이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인도어 핸드볼’ ‘실내 핸드볼’이라고 한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것이다. 이 말은 핸드볼이 지나온 역사를 보여준다.

원래 초창기 핸드볼은 옥외(Outdoor)에서 시작했다. 1915년 독일에서 여자 종목으로 처음 등장한 핸드볼은 이후 각국으로 퍼져 나가며 남자 종목이 생겼다. 축구처럼 실외에서 하는 11인제와 실내(Indoor)에서 하는 7인제 방식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11인제를 더 많이 했다. 1920년에는 정식으로 통일된 규칙도 만들어졌다. 이때 11인제 방식을 ‘필드(Field) 핸드볼’이라고 불렀다. 7인제 방식은 실내에서 하는 점을 반영해 ‘인도어(Indoor) 핸드볼’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필드 핸드볼 보다 인도어 핸드볼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본 코너 1112회 ‘필드 핸드볼’에서 왜 ‘필드’라는 말을 쓸까‘ 참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필드 핸드볼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필드 핸드볼은 길이 90-110m, 폭 55-65m 잔디 경기장에서 열렸다. 필드 핸드볼은 마치 손으로 하는 축구 경기를 보는 듯 했을 것이다. 필드 핸드볼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딱 한번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이후 올림픽에서 빠지면서 쇠퇴했다. 핸드볼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7인제 방식으로 다시 부활됐다. (본 코너 1100회 ‘핸드볼이라고 말하는 이유’ 참조)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Indoor’은 ‘Within door’의 줄임말로 1670년대부터 처음 사용했다. 1750년대 명사로 쓰였으며, 1801년부터 부사로도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설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으로부터 유래됐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영어의 우리말 표기 ‘인도어’를 ‘실내(室內)’라는 우리 말 한자어과 함께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5년 3월13일자 ‘누루미우돌파(又突破)’ 기사는 ‘세계적선수(世界的選手)『누루미』씨(氏)는 칠일야(七日夜)에『빠파로』에도착(到着)하야『인도어』경기회(競技會)에서 일리경주(一哩競走)에 출장(出張)하야 사분십이초(四分十二秒)로 다름질하야 세계(世界)의신기록(新記錄)을 지엇다 종래(從來)『로이드한크스』선수(選手)의 가지고 잇든 기록(記錄)보다 일초오분이(一秒五分二)가 빨러서『로이드』씨(氏)는 수(遂)히 선수권(選手權)을 실(失)하다(빠파로국제칠일발(國際七日發)’고 보도했다. 당시 핀란드의 파보 누리미가 1마일(1.6km) 실내 경기에서 4분12초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는 기사 내용이었다.

인도어 핸드볼이라는 말은 지금은 역사 속의 단어로만 남아 있다. 이 말이 공식적으로 언제부터 사용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는 국제연맹 규정집 제목으로나마 핸드볼을 상징하는 단어로만 사용하고 있다. 인도어 핸드볼에서 ‘인도어’는 빠지고 ‘핸드볼’이라는 말이 종목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잡은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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