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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10] 핸드볼 전설 윤경신이 '기린아'로 불린 이유

2024-05-31 07:19

핸드볼 명장 윤경신 두산 감독
핸드볼 명장 윤경신 두산 감독
윤경신 감독이 이끄는 두산 핸드볼 팀은 지난달 30일 핸드볼 H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SK호크스를 꺾고, 9시즌 연속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 달성했다. 그는 선수 시절 한국 핸드볼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로 화려한 명성을 날렸는데, 감독으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핸드볼 발상지의 독일로 진출하기 전, 국내에서 선수로 뛸 때 그는 ‘핸드볼의 기린아’로 불렸다. 조선일보 1995년 7월27일자 ‘핸드볼 기린아윤경신 해외(海外)서 ‘상한가’‘ 기사는 세계올스타 핸드볼전에 참가하는 그의 활약상을 전하며 각국 스카우터들로부터 ’추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린아라는 말은 재주와 지혜가 남들보다 뛰어난 아이라는 의미이다. 한자어 ‘기린아(麒麟兒)’는 '기린(麒麟)'이라는 중국의 전설상의 동물과 아이를 의미하는 '아(兒)'라는 말이 합쳐진 단어이다. 용과 말이 합쳐진 것 같은 기린이라는 동물은 중국에서 용, 봉황과 함께 전설적인 동물로 숭배했다. 중국 신화에서 기린은 뛰어난 덕을 가지고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여겨왔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는 자신의 시에서 ‘기린아’라는 말을 세 번이나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기린아라는 말은 근대 일본의 문학이나 예술의 세계에서 자주 사용됐다. 기린아라는 단어가 가진 매력적인 이미지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칭찬하기 위한 단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일본 맥주 기린 상표 로고.
일본 맥주 기린 상표 로고.


일본의 3대 맥주 기린은 이 동물을 회사이름과 로고로 사용했다. 기린 맥주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1800년대 말 창업 초기 간부인 마사다 헤이고로의 제안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르웨이계 미국인인 창업자 코플랜드의 친한 친구의 이름이였던 ‘카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미쓰비스 그룹과도 연관이 있는 메이지 유신 개혁가 사카모토 료마(龍+馬)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기린 맥주는 189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이 로고를 제안한 사람은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라는 영국의 무기 무역상인으로 사카모토 료마와도 친분이 있었고, 미쓰비시의 상담역으로도 일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기린아라는 말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말은 일제강점기 때이후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21년 8월22일자 ‘미두여화(米豆餘話)’ 기사에서 ‘현금없이 미곡을 거래하는 ‘미두계’에서 반복창군(潘福昌君)을 기린아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스포츠 용어로 기린아라는 말을 많이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해방이후 경향신문, 매일경제신문, 한겨레신문 등에서 기린아라는 말을 총 462회 사용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기린아라고 불렀던 각 종목 선수들을 살펴보면 마라톤 김은배 손기정, 야구 이영민 박현식 김응룡 백인천, 축구 김용식 차범근, 농구 김영기 신동파, 배구 손영완, 바둑 조남철 조훈현, 수영 조오련 등이다. 해외 스타로는 축구 펠레, 수영 마크 스피츠 등이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기린아와 같은 뜻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는 ‘총아(寵兒)’, 재주가 남달리 뛰어나다는 ‘신동(神童)’, 영어로 희망을 의미하는 ‘호프’ 등을 쓰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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