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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53] ‘유희’에서 ‘경기’로 발전한 한국 배드민턴

2024-03-21 07:20

한국 배드민턴은 놀이 성격의 유희 종목에서 경기 종목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다문화 배드민턴 대회 모습.
한국 배드민턴은 놀이 성격의 유희 종목에서 경기 종목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다문화 배드민턴 대회 모습.
19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배드민턴이 우리나라에 보급된 것은 해방 후의 일이다. 아직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 외국에서 들어왔는 지 밝혀지지 않았다. 도입 당시 배드민턴은 놀이의 성격을 띠었다. 골목길에서나 하는 어린이들의 가벼운 ‘유희’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배드민턴 경기의 절묘한 기술을 대할 기회가 없었거나 실내에서 실제로 배드민턴 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문명 사학가 호이징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본질적 요소로 ‘유희’라는 인간관을 내세웠다. 그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자신의 대표적인 책에서 인간의 본질을 유희라는 관점에서 이해했다.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소설-드라마-영화-유튜브 등등을 만드는 것들이 이 분류에 포함된다. 한국 배드민턴도 초창기엔 호이징하가 정의한 유희 활동에 머물렀던 것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1957년 창립되면서 본격적인 경기로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대한배드민턴 역사에 따르면 1957년 11월15일 배드민턴을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을 중심으로 대한체육회에 관여했던 이종구 씨와 대한배드민턴협회 제3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윤용 씨, 숙명여대 장영완 교수 등 34명이 협회를 출범시켰다. 아쉽게도 협회 사무실이나 예산 규모 등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창립총회 주요 의제는 대한배드민턴협회 규약 제정, 경기 규칙 제정 등이었다.

경기라는 말은 ‘다툴 경(競)’과 ‘재주 기(技)’의 합성어이다. 기술의 낫고 못함을 서로 겨룬다는 뜻이다. 운동이나 무예 등의 기술· 능력을 겨루어 승부를 가리는 일이다. 경기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경기라는 말은 딱 1번 나온다. 순종실록 부록 5권, 순종 7년 11월7일 ‘특별히 엽우경기대회(獵友競技大會)에 상금 50원을 내렸다. 해당 대회에서 사냥한 메추라기와 꿩을 진헌(進獻)하였다’며 사냥대회에 경기라는 말을 쓴 것이 유일하다. 때는 1914년 일본 다이쇼(大正) 3년 무렵이었다.

일본어 사전에 따르면 경기와 시합의 의미를 구별하고 있다. 경기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특정 기술을 경쟁하는 것이며, 시합은 경기를 통해 승패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기는 경쟁한다는 영어 동사 ‘Compete’의 명사 ‘Competition’의 번역어이다. 일본어에서는 한자어 '경기'를 쓰기도 하지만 가타카나 표현으로 영어 발음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본 코너 666회 ‘육상경기에서 ‘경기(競技)’라는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참조)

1957년 12월5일부터 이틀간 제1회 남녀배드민턴대회가 숙명여고 강당에서 열렸다. 현재 숙명여고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지만, 당시에는 종로 수송동에 있었다. 초대 선수권자는 남자 단식 박도성, 여자 단식 안정희, 남자 복식 박도성-박대성, 여자 복식 안정희-김문희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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