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모나 장타도 세계랭킹 1위 욘 람을 닮았다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많은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자신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씩 웃으며 다시 티그라운드에 섰다. 3타째 드라이버샷은 엄청난 회전이 걸린 듯 다른 선수들에게는 들을 수 없는 묵직한 ‘쓩’소리를 내며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안착했다. 같은 조에 속한 김태호, 태국 코수케 하마모토보다 훨씬 거리를 앞질렀다. 4타만에 온그린에 성공한 뒤 2퍼팅으로 마무리,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이날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한 선수는 정찬민과 137위 김동은 단 2명 뿐이었다.
초반부터 흔들릴 법했지만 정찬민은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았다. 2번홀 그린 주위 칩샷을 파세이브, 3번홀 벙커샷 파세이브로 위기를 넘긴 뒤 4번 파5 홀에서 2번째 200야드 벙커샷을 그린에 간단히 올린 뒤 첫 버디를 잡았다. 6번 파3홀에서 벙커샷이 홀에서 조금 벗어나 보기를 기록하며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7번홀에서 호쾌한 드라이버 장타를 앞세워 2번째 샷을 홀 3m에 붙인 뒤 내리막 퍼팅을 절묘하게 처리, 버디를 잡아내 타수를 줄였다.
사기가 오른 정찬민은 1라운드서 340야드가 넘는 드라이버 티샷에 이어 두 번째 샷을 핀 1.2m 옆에 붙여 이글을 잡아낸 9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1라운드 때와 비슷하게 날린 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렸으나 아깝게도 포대그린 앞 에지에 떨어뜨렸다. 세 번째 샷을 스핀을 걸어 홀 1.5m에 붙이며 여유있게 버디를 낚았다. 전반 9홀을 더블보기로 시작해 보기 1개와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이븐으로 잘 막아냈던 것이다.
사기가 오른 후반 9홀에선 12, 14, 18번홀에서 버디를 각각 잡아내 결국 3언더파를 추가해, 1라운드 8언더파를 보태 합계 11언더파로 2타차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신인이던 지난해 장타왕을 꿰찬 2년차 골퍼 정찬민은 이날 2라운드를 통해 만만치 않은 실력과 근성을 보여주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타, 필요한 거리를 정확하게 날리는 벙커샷과 어프로치샷, 흔들리지 않는 위기관리 능력까지. 좁은 페어웨이에 오르막내리막이 심하고 공략이 까다로운 것으로 악명높은 남서울 컨트리클럽은 이날 비까지 쉬지 않고 내려 경기조건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정찬민은 자신의 첫 실수와 악천후에도 게의치 않고 실력을 극대화시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날 그의 플레이를 지켜본 골프전문가들은 오랜만에 국내남자골프에 미국과 유럽 선수들에비해 결코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선수’가 등장했다고 반가워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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