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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54] 테니스에서 왜 ‘크로스코트(crosscourt)’라고 말할까

2023-04-09 07:00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모습.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 모습.
테니스 코트는 생김새가 대칭구조이다. 선수들은 코트를 교환하며 번갈아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한다. 한쪽 코트의 다른 쪽은 ‘크로스코트(crosscourt)’라고 말한다. (본 코너 903회 ‘테니스에서 왜 ‘코트’라고 말할까‘ 참조)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crosscourt’는 가로지르다는 의미의 접두사 ‘cross’와 경기장을 뜻하는 명사 ‘court’의 합성어이다. ‘cross’의 어원은 십자가 형태의 기념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 ‘crux’가 어원이며, 고대 노르드어 ‘kross’와 고대 영어 ‘cros’를 거쳐 변형됐다. 1500년대부터 부사나 접두사로 서로 교차하거나 반대하는 의미로 쓰였다. ‘court’는 정원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χόρτος (khortos)’에서 유래했다. 라틴어 ‘cohors’, ‘cohort’‘를 거쳐 고대 프랑스어 ’cort’, ‘courtoyer’이 파생돼 영어에서 12세기부터 쓰기 시작했다. 1510년부터 테니스 경기 의미로도 사용했다. 법을 지키는 법원과 같이 여러 규칙에 따라 승자를 가린다는 의미에서 코트라는 말을 테니스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에서 스포츠 용어로 코트 이외에 판사를 의미하는 ‘judge’를 심판이란 뜻으로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크로스코트라는 말은 1915년부터 테니스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농구에서는 크로스코트와 같은 의미로 ‘백코트(backcourt)’라는 말으 쓴다. (본 코너 447회 ‘프론트코트(Front Court)와 백코트(Back Court)는 어떻게 다를까’ 참조) 농구에서 백코트는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농구를 창안하기 이전인 1884년 처음 등장했다.

국제테니스연맹 규칙에 의하면 각 세트의 제1게임, 제3게임, 그 후엔 게임 수의 합계가 홀수일 때 코트를 교대한다. 이를 테니스 용어로는 ‘체인지엔드(change of ends)’라고 말한다. 직역하면 끝을 서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해당 세트의 게임 수의 합이 짝수일 때는 다음 세트의 제1게임이 끝날 때까지 엔드를 바꾸지 않는다. 엔드의 교대가 틀렸을 경우, 플레이어는 잘못이 발견된 즉시 본래의 순서대로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체인지사이드(change side)’라고도 한다.

테니스 코트를 양쪽으로 쓰기 때문에 선수들은 여러 샷을 구사해야 한다. 크로스코트 샷도 백핸드와 포핸드 능력을 모두 갖춰야 세계적인 선수로 올라설 수 있다. (본 코너 947회 ‘왜 ‘포핸드(forehand)’라고 말할까‘, 948회 ’왜 ‘백핸드(backhand)’라고 말할까‘ 참조) 한때 세계 남자 테니스를 평정했던 ’빅 3‘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나박 조코비치는 고비 때마다 강력한 크로스코트샷으로 상대를 물고 늘어지며 예측 불허의 명승부를 펼쳤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크로스코트라는 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 1962년 4월3일자 ‘韓(한)·日大戰總坪(일대전총평)’ 기사는 당시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데이비스컵 동양지구예선전에서 일본 선수의 ‘백핸드크로스팻싱’에 고전했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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