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홈팀이거나 원정팀이거나 개막전은 의미가 깊다. 그래서 각 팀들마다 최고의 에이스들을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개막전 매치업이 모두 확정됐다. 잠실에서는 댄 스트레일리(롯데)-라울 알칸타라(두산). 문학에서는 숀 앤더슨(KIA)-김광현(SSG), 대구에서는 에릭 페디(NC)-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수원에서는 케이시 켈리(LG)-웨스 벤자민(KT), 고척에서는 버치 스미스(한화)-안우진(키움)이 선발투수로 나선다.
국내파는 자타가 공인하는 KBO 최고의 좌우투수인 김광현과 안우진 단 2명뿐이고 나머지는 8명은 모두 외인이다. 신입 외인으로 선발로 나서는 앤더슨, 페디, 스미스는 시범경기서 인상적인 투구를 보였지만 정규리그에서 어떻게 활약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김광현 안우진을 포함해 KBO 리그 경험이 있는 나머지 5명의 외인 선발은 확실한 팀의 원펀치들이다. 이들 가운데 벤자민을 제외한 6명은 KBO 리그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아직 어느 누구도 개막전에서 승리를 한 투수는 없었다.
김광현은 2019년 이후 4년만에 통산 4번째 개막전 선발을 맡았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국내무대로 복귀해 28경기에서 13승3패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하며 SSG의 통합우승을 이끈 명실상부한 국내파 최고 좌완투수다.
2007년 SK와이번스(SSG의 전신)에 입단한 김광현은 8년차인 2014년 3월 29일 문학 홈경기 넥센(현 키움)과의 개막전에 첫 선발 낙점을 받았다. 5이닝 5안타 3볼넷 4실점(3자책점)으로 첫 패전을 안았다.
그리고 2년 뒤인 2016년 4월 1일 역시 문학 kt와의 개막전 선발로 나서서는 한때 한솥밥을 먹은 김연훈과 윤요섭에게 2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4⅔이닝 9피안타(2피홈런) 3볼넷 4탈삼진 7실점하며 또 다시 패배를 당했다.
삼세번째 선발로 나선 2019년에도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번에도 문학 kt전이었다. 6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7탈삼진 4실점했다. 다행히 패전은 면했다.
지금까지 3차례 개막전 선발에서 승리없이 2패에 ERA 8.04(15⅔이닝 15실점 14자책)나 된다. 통산 150승에 1승이 모자란 149승에 통산 평균자책점이 3.17에 불과한 김광현으로서는 개막전 승리도 없는데다 2배 이상이나 되는 평균자책점이 이상스러울 수밖에 없다.
삼성의 뷰캐넌과 롯데의 스트레일리는 이번이 세번째 개막전 선발이지만 역시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뷰캐넌은 2021년부터 올시즌까지 3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지만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개막전 2연패다. 2021년 4월 3일 키움과의 고척 개막전에서 에릭 요키시와 맞대결해 5⅔이닝 7피안타 3사사 8탈삼진 5실점 4자책으로 첫 패전을 안았고 2022년에는 4월 2일 kt전에 윌리엄 쿠에바스와 맞대결해 6이닝 7피안타 4사사 4탈삼진 2실점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
스트레일리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어린이날인 5월 5일에 개막을 한 2020년 kt와의 수원 개막전에서 5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4삼진 2실점으로 승패가 없었고 2021년 4월 4일 SSG전(문학)에서는 6이닝 5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이밖에 안우진과 알칸타라와 켈리는 각각 1차례씩 개막전 선발 경험이 있다. 이번이 두번째 개막전 선발이다.
지난해 탈삼진(224개)과 평균자책점(2.11)에서 2관왕에 올라 KBO 리그 최고 투수로 올라선 안우진도 지난해 롯데와의 개막전에서는 찰리 반즈와 맞붙어 6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팅을 했지만 패전을 안았다. 올해는 신입 외인인 버치 스미스를 맞아 KBO 최고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2020년 20승을 올린 뒤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했다가 3년만에 다시 KBO로 복귀한 알칸타라도 2020년 5월 5일 잠실 라이벌인 LG전에 선발로 나서 차우찬과 맞대결했으나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KBO 4시즌 동안 매년 두자릿수 승리를 올리며 지난해에는 다승 1위에 올랐던 켈리는 2021년 4월 4일 창원 NC와의 개막전에서 드류 루친스키와 맞붙어 똑같이 5이닝 1실점으로 무승부로 끝났다.
각 팀 감독들이 개막전 선발로 이들을 낙점한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SSG 김원형 감독은 "김광현은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다. 대한민국 넘버 원 에이스다"라고 강한 믿음을 보였고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은 국내 자타공인 최고투수다. 큰 경기를 즐기고 강력한 투구를 펼친다"고 자신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kt를 이기기 위해서 에이스인 켈리를 선택했다"고 말했고 삼성 박진만 감독은 "한국야구에 대해 잘 알고 지난해 부족한 부문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시범경기서도 제일 좋았다"고 뷰캐넌을 선발로 낙점한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그동안 개막전 선발 등판 경험도 있고 가장 좋은 매치업을 위해 스트레일리를 선택했다"고 말했고 두산 이승엽 감독은 "KBO서 20승을 한 투수로 경험도 있고 컨디션이 좋아 어떤 팀과 붙더라도 쉽게 공락하지 못할 것"이라며 알칸타라에 믿음을 보냈다.
올해 첫 선을 보이는 새내기 외인을 선발로 내 세운 감독들은 한결같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현재 컨디션도 제일 좋다. 개막전 필승 카드로 선택했다"고
나름대로 개막전 선발로 낙점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결같이 승리를 장담하는 감독들, 하지만 팀에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에이스들이면서도 아직 개막전 승리가 없는 징크스가 올시즌에는 깨어질지, 아니면 그대로 이어질지는 이제 하루 뒤면 알 수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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