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이 KBL 가입비를 내지 않자 KBL은 캐롯의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돈 10억 원이 없어 쩔쩔 매고 있는 구난도 한심하지만, 그렇다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막겠다는 KBL의 발상은 참으로 기발하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캐롯을 인수한 기업에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그런 기업을 회원으로 승인해준 KBL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KBL에 가장 큰 책임이 있을 수 있다.
KBL은 지난해 6월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 자료 부실을 이유로 캐롯의 회원 가입을 보류했다. 자금 운영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재정의 연속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쉽게 말해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지불 보증의 유혹에 넘어가 가입을 승인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KBL은 그때 캐롯의 가입을 최종 불허하고 9개 구단으로 시즌을 시작했어야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월급도 받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선전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지도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선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가혹한 처사다. 선수들에게 무슨 죄가 있나?
돈이 없다고 출전 자격을 박탈해서야 되겠는가?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환자의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과 같다. 일단은 치료부터 해주는 게 맞지 않은가?
따라서, KBL은 가입비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캐롯 선수들의 플레이오프 참가만은 허해야 한다.
돈 문제야 나중에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돈 10억에 무너질 KBL인가?
또 모기업이 끝내 캐롯을 운영할 수 없다면 KBL은 새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위탁 운영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할만한 돈도 있지 않은가?
굳이 못하겠다면 9개 구단 체제로 리그를 운영하라, 10개 구단 유지에 매달리지 말고.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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