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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30] 테니스에서 왜 ‘러브(love)’라고 말할까

2023-03-13 05:12

테니스는 '0'점을 독특하게 '러브(love)'라고 부른다. 사진은 그리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올 호주오픈 경기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니스는 '0'점을 독특하게 '러브(love)'라고 부른다. 사진은 그리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올 호주오픈 경기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니스는 스포츠 종목 가운데 점수 산정방식이 가장 독특하다. 통상적인 구기종목은 1, 2, 3, 4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테니스는 15, 30, 40, 60(게임)으로 점수를 계산한다. 게다가 '0점'을 일컫는 말을 '제로(zero)'가 아닌 '러브(love)'라고 말한다. 이 단어는 낭만적인 의미인 사랑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테니스에서 0점을 러브로 부르는 이유는 프랑스어로 계란을 뜻하는 '뢰프(l'oeuf)'라는 말이 영국으로 건너가 '러브'가 되었다는 설과 스코틀랜드어로 0을 뜻하는 '라프'가 역시 러브로 변형됐다는 설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0점을 러브라는 말로 사랑스럽게 불러준다는 속설도 있다.

테니스는 프랑스에서 귀족이나 성직자들이 즐기는 고급 스포츠로 시작됐다. 테니스라는 말 자체도 손바닥으로 즐기는 ‘죄드폼(Jeu de Paume)’에서 유래했다. (본 코너 901회 ‘왜 ‘테니스’라 말할까‘ 참조) 러브라는 말도 몇 세기 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경기자들은 점수판에 ‘zero’를 쓸 때 계란처럼 생긴 '0'를 그렸다. 프랑스어로 '0'은 그 발음이 마치 'love'와 같이 들린다. 이때부터 영국의 테니스 경기자들도 영점을 'love'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러브 게임’은 테니스에서 한쪽 선수가 1포인트도 얻지 못하고 마무리된 게임을 말한다. 다시 말해 상대편에 세 연속으로 4포인트를 내줘 게임을 잃는 것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테니스 러브’를 검색해보면 재미있는 기사가 소개돼 있다. 경향신문 1963년 11월27일자 ‘외래어의 고향 (3) 러브’ 기사는 테니스에서 러브를 사용하는 의미를 설명하며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상대방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사랑, 다만 자기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을 느끼는 사랑, 그런 사랑이야말로 참된 사랑이며 그것은 무(無)와 같은 거라고. 무는 ’제로‘입니다. 그러니까 제로를 사랑 love라고 한다고요’라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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