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를 향해 우아하게 처절하게 달려왔던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극본 송수한/제공 SLL/제작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차원이 다른 ‘오피스 전투극’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에필로그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6.0%, 수도권 17.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뻔한 오피스물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이어간 ‘대행사’가 시청자들이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1순위는 “재미”였다.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치는 고아인과 사내정치 9단의 능구렁이 같은 최창수의 치밀한 전략이 엎치락뒤치락 공방전을 벌이며 재미를 선사했던 것이다. 이들의 치열한 수 싸움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매회 판도를 뒤흔들거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키는 극적 엔딩은 다음회에 대한 기대감을 폭발시키며 시청률 상승곡선을 이끈 공신이었다.
◇ 손나은 연기력 논란
'대행사'에서 광고 대행사 VC기획의 강용호(송영창) 회장의 딸 강한나 역을 맡은 손나은은 정확하지 않은 발음도 문제이지만 어색한 표정연기와 갑자기 튀어 나오는 샤우팅 연기가 모두 지적을 받았다.
강한나는 스타 인플루언서이자 단군 이래 재벌가 최강 미모의 소유자다. 사회 경험은 전무하지만 낙하산으로 상무에 취임, 부회장 자리까지 노리는 야심가이기도 하다. 강한나는 입만 열면 '머슴론'을 읊어대며 평민들을 무시하고 갑질을 일삼는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다.
마냥 철없는 재벌 3세 금수저 딸로 보이지만, 눈치 100단에 천재적 촉을 가진 장사꾼이다. 이슈도 만들 줄 알고, 여론도 읽을 줄 알고, 겉으론 망나니 코스프레하면서 속엔 구렁이 한 마리 앉아 있는 인물. 그렇기에 그 어떤 역할보다 입체적이고 디테일한 연기력이 필요한 캐릭터다.
등장인물 소개에 손나은의 이름이 두 번째로 올라와 있는 만큼,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이보영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굵직한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데뷔 12년 차 배우 손나은에게 주연급 자리는 버거웠던 걸까. 이보영, 조성하, 전혜진, 이창훈, 김미경, 장현성 등 내로라하는 ‘믿보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믿고 볼 수 없는’ 구멍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당혹감은 안겼다.
한결같이 어색한 표정, 부정확한 발음과 발성 등 손나은의 심각한 연기력 때문에 몰입도가 깨진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특히 바나나 우유 신과 샤우팅 장면은 ‘항마력 영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이보영, “손나은 내가 추천해"
이러한 손나은을 이보영이 추천했다는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면서 화제다.
강한나 역을 맡은 손나은과 호흡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보영은 "사실 제가 손나은 배우를 추천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보영과 손나은은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이자 유학파 출신, 자유로운 재벌가 상속녀로 그려지는 "강한나의 이미지가 손나은 씨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것이 이보영의 생각이었다.
이보영은 "나은 씨 이미지가 화려하고, 예쁘지 않나. 그런 부분들이 한나 역할에 잘 맞을 거 같아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며 "하지만 오디션과 미팅을 보고 그 역할을 따낸 건 나은 씨의 몫이었다. 자기가 잘한 것"이라고 그의 추천이 큰 부분을 차지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보니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라며 "감독님이 집요한 부분이 있어서 '안되면 될 때까지' 수십번 계속 촬영하는데, 끈기 있게 잘 따라갔고, 뒤로 갈수록 발전하는 게 보여서 좋았다"고 칭찬했다.
◇ 극 ‘애증’ 그 이상의 관계였던 이보영, 손나은
극 중 이보영이 연기한 고아인과 그룹 에이핑크 출신 연기자 손나은이 연기한 강한나는 '애증' 그 이상의 관계였다.
이보영은 흙수저에서 19년간 돈과 성공에 미친 '돈시오패스'로 그룹 임원까지 오른 VC기획 제작팀 CD 고아인 역을 맡았다. 고아인은 차기 대표를 노리는 최창수 상무(조성하 분)의 정치 계략으로 승진해 토사구팽 위기에 놓였지만, 회장 딸 강한나 상무(손나은 분)를 이용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통쾌한 플랜을 펼쳤다.
고아인은 회장 딸인 고아인이 임원으로 발탁되는 데 사회적인 거부감이 없도록 1년짜리 임원으로 발탁됐다는 설정이다. 이를 알게 된 고아인은 자신의 사내 입지를 굳히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강한나를 이용한다.
강한나 역시 고아인의 속셈을 모르지 않아 불꽃이 튄다. 하지만 이후 공공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으면서 연대를 형성한다.
◇ 이보영, “외로운 고아인과 닮고 싶은 부분 1도 없다”
극 중 고아인은 업계 1위의 뛰어난 실력은 물론, 그 실력을 기반으로 하는 당당한 자신감, 실력 있는 인재라면 파격 등용도 서슴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까지 모두 갖춘 인물이다. 이보영은 오직 실력만으로 현재의 위치에 오른 고아인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이보영 스스로도 고아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저는 제가 너무 착하게 생긴 거 같아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방송 보고 판단하라 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웃음을 안긴 이보영은 "세게 보이고 싶어 머리도 단발로 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고아인과 닮고 싶은 부분은 1도 없다"고 고백해 폭소케 했다. "그렇게 강박증적이고, 담배를 피우고 하는 행동들이 뭔가 일상 하나하나를 의식처럼 하는 사람 같았어요. 그렇게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살려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 싶고요. 삶이 해제되는 순간은 의사 친구에게 가서 상담할 때와 퇴직한 선배를 찾아갈 때뿐이잖아요."
고아인이 주변에서 자신을 챙겨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모른다고 꼬집으면서 "그 고마움을 깨닫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면서 아인이도 행복해질 거 같다"고 엔딩에 그려진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정민정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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