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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이 대세, 세계 홀린 K예능

2023-02-16 17:55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장면. 넷플릭스 제공


역시 ‘세계 1위’의 힘은 다르다. 넷플릭스 예능 콘텐츠 ‘피지컬: 100’이 한국 예능 포맷 최초로 세계에서 많이 본 TV쇼 1위(플릭스패트롤)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5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을 보면, <피지컬: 100>은 2월 둘째 주(6~12일)에 416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해 비영어권 티브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4일부터 매주 2회씩 순차 공개되고 있는 <피지컬: 100>은 공개 첫 주인 1월 마지막 주(1월23~29일) 7위로 출발해 2월 첫째 주(1월30일~2월5일) 2위, 2월 둘째 주 1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청 시간도 1월 마지막 주 2251만시간, 2월 첫째 주 3130만시간, 2월 둘째 주 4161만 시간으로 매주 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도 <피지컬: 100>은 지난주 넷플릭스 티브이 부문 1위까지 올랐다가 이날 현재 3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한국 예능 콘텐츠가 전세계 1위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진 <솔로지옥>이 글로벌 10위권에 든 것이 최고 흥행 성적이었다.

이종격투기 추성훈, 스켈레톤 윤성빈, 레슬링 남경진 등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스타들이 고액의 상금을 놓고 오로지 몸으로만 경쟁하지만, 그 안에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모습에 박수와 호평이 쏟아진다. ‘케이(K) 예능의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인기다.

◇관련 제품들 ‘품절대란’

‘피지컬: 100’은 최종 1인이 승리할 때까지 미션마다 벌이는 대결 방식 외에 정해진 규칙은 없고, 성별이나 체형이 다른 사람들이 힘으로 대결하는 과정이 ‘오징어게임’을 연상하게 한다.

힘으로만 대결하다보니 콘텐츠에 등장한 운동기구, 단백질 보충제 등 관련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면서 일부 품절 대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 각종 SNS에서는 참가자들이 쉬는 시간에 재미로 벌인 ‘서전트 점프’ 게임에 도전하는 이용자들의 영상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보디빌더 마선호, 댄서 차현승, 유튜버 뻘컵 등은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르면서 유튜브 콘텐츠 등에 잇따라 섭외됐다.

◇“콘텐츠 보고 운동 시작했어요!”

인기에 힘입어 각종 SNS와 운동 관련 커뮤니티에는 ‘피지컬: 100’과 관련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는 시청자 후기가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크로스핏, 보디빌딩, 이종격투기 등 일반 대중이 접하기 어려웠던 종목들이 콘텐츠로 이름을 알리면서 초보자들의 발길이 관련 클래스로 향하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지은(29) 씨는 “최근 ‘피지컬: 100’에서 곽명식, 서하얀 등 크로스핏 선수들의 활약상에 반해 관련 센터에 등록했다”면서 “콘텐츠를 응용한 운동 방법을 소개하는 클래스도 주변에서 인기”라고 말했다.

기존 운동선수들에게는 다양한 종목에 대한 흥미를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운동 유튜버 겸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전다혜 씨는 “복싱, 주짓수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면서 “근력뿐 아니라 민첩성,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미션들이 기존 선수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의 한계를 확인하고 싶다면서 벌써 시즌2 참가를 욕심내는 동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 '피지컬:100'에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아시아권이 아닌 미국, 영국, 유럽, 남미 같은 서구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건 ‘솔로지옥’ 이후 두 번째다.

특히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공감대를 가져가기 어려운 예능 분야에서 연애 리얼리티가 아닌 소재와 장르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데 한국의 콘텐츠업계는 고무된 분위기다.

‘피지컬: 100’이 K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대해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이 프로그램에 쏟아진 호평에 있어서 눈에 띄는 점을 언급했다.

IMDb에 올라온 평을 보면, 사소한 갈등도 지나치게 과장해서 강조하는 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들과 ‘피지컬: 100’은 다르다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을 갖추는 게 보기 좋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리뷰 기사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엄청난 근육질의 출연자들이지만 “매력적이고 사랑스럽다”며 특히 “서로를 계속해서 응원하고 띄워준다”고 평했다. 또 “액션 피겨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낸 참가자들은 자신이 동경하던 영웅을 만나면 매우 협조적이고, 경쟁에서 물리치기라도 하면 미안해하기까지 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실제로 ‘피지컬: 100’에서는 출연자들이 치열한 대결 끝에 승패가 갈리고 난 후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훈훈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추성훈과 신동국의 대결이다. 추성훈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두 사람은 대결이 끝난 후 같은 격투기 선수로서 서로를 예우하며 포옹했다. 특히 신동국이 절을 하자 추성훈 역시 맞절을 한 후 함께 손을 들어 올려 주는 훈훈한 광경이 감동을 줬다. 또 성별에도 차이를 두지 않는 ‘피지컬: 100’에서 여성 씨름 선수인 박민지가 럭비 선수 장성민을 지목해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 모습이 ‘피지컬: 100’이 서구의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만든 지점이라고 평했다.

한편, <피지컬: 100>은 성별·인종 구분 없이 ‘최고의 몸’을 찾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으로, 참가자 100명 중 우승자에게 상금 3억원을 준다. <문화방송>(MBC) 다큐멘터리팀 소속 장호기 피디가 기획·연출을 맡아 눈길을 끈다.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 선수,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선수, 격투기 추성훈 선수. 레슬링 국가대표 장은실 선수, 운동 유튜버 심으뜸, 보디빌더 김춘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민경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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