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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84] 왜 체조는 종목이름과 기구이름이 같을까

2023-01-24 07:48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흑진주' 시몬 바일스의 도마 연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흑진주' 시몬 바일스의 도마 연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체조는 기본적으로 기구를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는지를 겨루는 경쟁스포츠이다. 다른 종목이 공을 갖고 골을 얼마나 잘 넣느냐를 겨루는 것처럼 다양한 기구를 몸에 맞게 잘 사용하는가를 놓고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본 코너 851회 ‘왜 ‘체조(體操)’라고 말할까‘ 참조)

체조에서 경쟁하려면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이 장비를 총칭해 '체조 기구(體操 器具)'라고 말한다. 체조에서 '기구'라는 말은 도마, 평균대 등과 같이 경기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뜻한다. ‘그릇 기(器)’와 ‘갖출 구(具)’가 합해진 기구는 세간, 그릇, 도구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한 한자어이다. 체조에서 기구의 영어말은 ‘Apparatus’인데 라틴어 ‘Apparātus’가 어원이다. 이 말은 방향을 뜻하는 접두사 ‘ad’와 준비를 뜻하는 ‘parare’가 합성된 것으로 장치나 항목 등을 의미한다. 17세기초부터 영어에서 현재의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체조에서 ‘Apparatus’는 기구라는 말과 함께 ‘이벤트(Event)’라는 의미도 갖는다. 개별 기구 이름과 함께 개별 종목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체조 경기는 남자 마루(floor), 안마(pommel horse), 링(ring), 뜀틀(vault), 평행봉(parallel bars), 철봉(horizontal bar) 등 6개 종목, 여자 이단평행봉(uneven bars), 평균대( balance beam), 마루, 뜀틀 등 4개 종목이 있다. 모두 기구 이름과 같은 명칭을 쓴다.

원래 체조는 고대 그리스에서 젊은이들이 전쟁을 위해 강도 높은 신체적, 정신적 훈련을 받았던 운동에서 유래됐다. 영어 ‘gymnastics’는 발가벗은 뜻을 가진 그리스어 ‘gymnos’에 기원을 두고 있다 . 젊은이들이 나체로 훈련을 받고 마루 체조를 하고 기구를 들고 서로 경기를 하기에 적합한 운동이었다. 현대 체조는 18세기와 19세기 유럽에서 출발했다. 고대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체력이 시민권과 애국심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간주되면서 탄생한 것이다. ‘체조의 아버지’로 알려진 전 프로이센 군인 프리드리히 얀(1778-1852)은 계몽주의 시대의 국가적 자부심과 교육 개념을 수용해 체조를 창안했다. 프로이센이 프랑스의 침공을 받은 후, 얀은 독일군의 패배를 국가적 굴욕으로 여겨, 그의 동포를 고양하고 젊은이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국민들의 체력을 강화하고자 체조를 만든 것이다. 얀은 ‘Turnen’ 이라는 체조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들을 위해 평행봉과 높은 봉, 평균대, 안마등 포함한 새로운 장비를 발명했다. 각 기구는 체조 선수가 자신의 힘과 민첩성을 보여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독일의 군주제에 반대하고 자유를 갈망하며 미국으로 떠난 초기 독일 체조 개척자들은 미국에서 체조 보급을 주도했다. 1881년 국제체조연맹을 창립한 뒤 1896년 아테네 1회 올림픽에 쿠베르댕에 의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체조는 표준화된 채점 및 이벤트체계를 확립했다. 기계체조는 각종 기구의 명칭을 종목으로 결정해 보편화된 종목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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