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는 중학교 2학년에서 처음 배우는 확률론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다. 경우의 수는 영어 ‘number of cases’를 번역한 말이다. 경우의 수는 놓여있는 조건이나 형편이라는 의미인 한자어 ‘ 경우(境遇)와 일정한 수량이나 수효를 의미하는 ’수(數)‘가 합쳐진 말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가짓수를 뜻하는 말이다. 경우는 영어 ’cases’를 번역한 것이다. ‘cases’는 case의 복수형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사건이나 일이 발생한다는 의미인 라틴어 ‘cāsus’이다. 고대 프랑스어 ‘cas’를 거쳐 중세 영어 ‘cas’가 변형돼 만들어진 말이다. 일본에선 '경우의 수'를 '場合の数'로 표기한다.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셀 때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축구에서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한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이다. 언론들은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2번째 경기가 끝나면 경우의 수를 따져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보도하곤 했다. ‘대한민국이 16강을 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대한민국이 토너먼트에서 특정 국가를 만나거나 만나지 않는 경우의 수는?’ 등을 자주 확인하는 기사를 알렸다.
4팀이 벌이는 예선에서 2경기를 남겨놓고 경우의 수를 따지게 되는 일이 많다. 특히 마지막 2경기는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동시에 진행한다. 이번 월드컵도 대한민국-포르투갈, 우루과이-가나 경기는 같은 시간에 벌어진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회이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대한민국이 조별리그에서 경우의 수를 따져보지 않는 때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가 유일했다. 당시에 멕시코, 네덜란드에게 2패를 기록했고 승점이 멕시코, 네덜란드 모두 승점이 4점 이상이었기에 탈락이 확정됐기 때문이었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승이나 2패를 하지 않는 한 16강 진출이나 탈락이 확정되는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나면 경우의 수를 따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예선전 승부 결과는 승리, 패배, 무승부 3가지가 나올 수 있다. 경우의 수는 3가지가 되며, 마지막 2경기는 동시에 치루어짐으 3 * 3으로 9가지 상황을 "경우의 수"로 따져 16강 진출 확률을 따지게 되는 것이다.
2차전을 모두 치른 H조 순위를 살펴보면 1위 포르투갈이 2승으로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지었으며, 대한민국에 3-2로 승리한 가나가 2위(승점 3)로 올라선 가운데, 대한민국(골득실 -1)과 우루과이(골득실 -2)가 나란히 1무 1패(승점 1)를 기록했으나 대한민국이 골득실에서 앞서 3위에 자리했다. 가나, 대한민국, 우루과이는 마지막 3차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대한민국이 2002 한일월드컵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겨 16강에 올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1-0으로 승리를 하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1-0으로 눌렀을 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과 우루과이가 1승1무1패, 승점 4, 골득실 –1로 동률을 이루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르게 된다. 대한민국으로서 포르투갈에게 무조건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1골차 이상으로 눌러주는게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우루과이와 가나가 비긴다면 우루과이는 탈락하고, 대한민국과 가나가 승점 4 동률을 이루게 된다. 이 경우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야 하는데 무승부를 기록한 가나는 골득실이 그대로 0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에 2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 유리하다. 그래야 골득실에서 가나를 앞설 수 있다. 만약 골득실이 같아져 다득점을 따지게 되면 대한민국이 불리해진다. 현재 가나의 총 득점이 대한민국보다 3점이나 많기 때문이다. 가나가 우루과이에 승리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최악의 상황이다. 가나가 승점 6으로 포르투갈과 함께 16강에 오르고 대한민국은 탈락한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이 대한민국과의 3차전에서 전력을 다할 필요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H조 2위로 16강에 올라가더라도 현재 G조 1위인 브라질이라는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날 수 있어 대한민국으로서는 첩첩산중에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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