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라는 이름은 한국 국가대표팀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서 붙여졌다. 한국 팀이 붉은색 상의를 입고 세계 무대에 첫 등장한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다. 당시 태극전사들은 붉은색 상의와 푸른색 하의를 입고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본격적으로 붉은 전사의 팀 컬러를 유지하기 시작한 것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다. 이때부터 한국 대표 팀은 붉은색 상의와 흰색 하의를 입고 세계 무대를 누볐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박창선이 월드컵 첫 골을 넣으면서 붉은색은 한국을 대표하는 색깔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핫 레드’로 무장하며 4강 신화의 역사를 썼다.
붉은악마라는 공식 이름이 최종 결정된 것은 1997년 8월이다. 1997년 4월 PC통신 하이텔에 국가대표 서포터 전용 게시판이 생기면서 국가대표 서포터스 구성은 급물살을 탔다. 한국 대표 팀 서포터스 공식 명칭을 공모한 결과, 레드 일레븐(Red Eleven), 레드 워리어스(Red Warriors), 레드 타이거(Red Tiger), 레드 헌터(Red Hunter) 등이 유력 후보군에 올랐다. 붉은악마로 이름을 짓고 나서 열린 첫 번째 국가대표 경기는 1997년 8월 30일 열린 중국과의 평가전이다.
붉은악마의 트레이드마크는 ‘치우천왕(蚩尤天王)’. 군신(軍神)으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치우천왕은 환인이 다스리던 환국의 뒤를 이어 환웅천국이 건국했다고 하는 배달국(倍達國)의 제14대 천왕이다.
붉은악마라는 말은 2002 한일 월드컵 이전에도 존재했다. 붉은악마 이름의 유래는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팀은 이 대회에서 세계 4강 신화를 일궈내며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외신들은 붉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우리 선수들을 빗대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고 불렀다. 이 표현이 국내에 번역되는 과정에서 ‘악령’이라는 비호감 용어 대신 ‘악마(devils)’로 바뀌어 승전보로 타전됐다. 이것이 붉은악마라는 이름의 탄생 비화다.
한국 응원단 이름으로 결정되기 이전, 붉은 악마라는 이름은 월드컵에선 벨기에 팀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벨기에팀은 영어로 ‘Red Devils’, 네덜란드어 ‘De Rode Duivels’, 프랑스어 ‘Les Diables Rouges’, 독일어 ‘Die Roten Teufel’로 표기하는데, 모두 붉은 악마라는 뜻이다.
조선일보 1990년 5월1일자 ‘월드컵 16강의 길 E조「적수3팀」집중분석 <1> 벨기에 <가> 멕시코대회(大会)4강돌풍「붉은악마」’기사는 그해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예선 조에 편성된 ‘붉은 악마’ 벨기에 전력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진홍색 유니폼으로 힘차게그라운드를 누벼 붉은악마군단(red devils)으로 불리는 벨기에.역시 붉은경기복을 전통으로해온 한국과의예선첫대전은 E조 판도형성의 결정적 이정표가 될게 확실하다’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스포츠박사 김학수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5]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북한의 ‘사다리 전법’은 어디에서 유래했나
- [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4]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
- [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3] 2022 FIFA 월드컵을 개최하는 ‘카타르(Qatar)’는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
- [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2] 왜 ‘월드컵 징크스(jinx)’라고 말할까
- [스포츠박사 김학수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1] 왜 ‘월드컵(worldcup)’이라고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