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관왕’은 ‘많은 다(多), ’갓 관(冠)‘, ’임금 왕(王)‘ 세 한자어로 구성됐다. ’다(多)‘와 ’왕(王)‘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가운데 글자 ’관(冠)‘은 제법 낯선 한자이다. ’관(冠)‘자는 ‘갓’이나 ‘관’, ‘쓰다’, ‘관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초기 꼴에서 이글자는 ‘冖冖며(덮을 멱)’자와 ‘元元(으뜸 원)’자, ‘寸寸(마디 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머리에 모자를 씌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모자’란 관직에 오른 사람이 쓰던 ‘감투’를 뜻한다. 옛날에는 관직에 있지 않더라도 감투를 쓸 기회가 한 번쯤은 있었다. 바로 결혼식이었다. ‘冠’자는 ‘관’이나 ‘관례’라는 뜻을 갖게 됐다. ‘관혼상제(冠婚喪祭)의 ’관‘은 옛날의 원복을 의미한다. 원복이란 예로부터 성인을 맞이했음을 나타내는 의식이다. 지금의 성인식에 가깝다. 따라서 ’관‘이라는 말은 특별한 지위나 계급을 뜻하는 말로 동양 문화권에서 통했다.
일본은 19세기 서양 문화를 수입하면서 영어 ‘diadem’, ‘crown’에 해당하는 말을 ‘관(冠)’으로 번역했다. ‘diadem’은 머리에 착용하는 일종의 왕관으로 군주가 착용하는 장식 헤드밴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어서 ‘디아데마 ( διάδημα , diádēma)’가 어원이라고 한다. 고대 중요한 스포츠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를 표창할 때 월계관이나 올리브관을 머리에 착용하게 했으며 이를 다이어덤이라고 불렀다. (본 코너 683회 ‘‘월계관(月桂冠)’은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일본에선 1938년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나카지마 하루야스(1910-1987)가 타율, 타점, 홈런 등 3개 부분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삼관왕(三冠王)’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관(冠)’은 ‘ダイアデム(다이아뎀) ’이라고 표기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 때부터 ‘무관(無冠의 제왕(帝王)’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35년 9월8일자 ‘무관(無冠)의제왕(帝王) 『로—렌스』상(像)’ 기사는 ‘【윤돈발연합우신(倫敦發聯合郵信)】무관제왕(無冠帝王)으로서 알여진『아라비아』의 TE『로—렌스』의 기념상(紀念像)이 근자(近者)에윤돈(倫敦)의『센트보—르』사원내(寺院內)『넬손』제독기타영국(提督其他英國)의 영웅(英雄)들의묘측(墓側)에 서기로되엿다고한다’고 전했다. 런던발로 무관의 제왕 아라비아 로렌스 기념상이 세워졌다는 내용이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수영에서 미국의 마크 스피츠가 역사적인 금메달 7개를 획득했을 때, 언론들은 ‘사상 첫 7관왕(冠王 )’이 탄생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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