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cap’은 머리를 뜻하는 라틴어 ‘caput’가 어원이다. 여자 머리를 덮는 후기 라틴어 ‘cappa’를 거쳐 고대 독일어 ‘chappa’, 중세 네덜란드어 ‘kappe’가 14세기 영어로 넘어와 모자라는 의미로 쓰였다.
스포츠에서 ‘cap’을 쓰고 경기를 하는 종목은 야구, 수영 등이다. 야구에서는 선수들은 공식 유니폼과 함께 캡을 쓰는 것이 필수적이다. 캡에는 보통 팀 이니셜이나 마크 등이 새겨져 있다. 수영에서 선수들이 머리에 쓰는 캡은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으며 팀 로고 등이 그려져 있다. 수영 캡은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실리콘, 라텍스, 라이크라 등의 소재로 만든다. 수영 캡을 착용하면 엘리트 수영 선수들은 몸이 더 유체역학에 유리하게 돼 빨리 헤엄을 칠 수 있다. 또 동호인들은 머리카락에 염소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며 수분 발산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올림픽에서 수영 선수들은 국가를 나타내는 마크가 있는 수영모만 착용할 수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지난 해 2020도쿄올림픽에서 크고 둥근 모양의 곱슬머리인 '아프로 스타일'용 수영모 착용을 금지시켰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수영용품 제조사인 솔캡(Soul Cap)이 두껍고 곱슬곱슬하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한 특대형 수영모를 만들어 FINA에 사용 승인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솔캡은 도쿄 올림픽 오픈워터 수영 여자 10㎞ 출전권을 획득해 영국 여자 흑인 수영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앨리스 디어링을 위해 새 수영모를 제작했다. 당시 솔캡에 따르면 FINA는 '머리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따르지 않아 부적합하다'고 새 수영모의 승인 거부 이유를 들었다. FINA는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는 "선수들은 경기에서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제품만을 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FINA는 1년여 만에 아프로 스타일용 수영모의 사용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 수영모를 캡이라고 말한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수영모를 영어 발음을 옮긴 가타카나로 ‘キャップ’이라고 표기한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우리나라는 일본식 외래어표기를 따라 모자를 캡이라고 불렀다.
조선일보 1929년 3월17일자 소설가 유광렬(柳光烈)작 ‘작은악마(惡魔)’라는 제목의 신문연재소설에서 ‘두루막이에『캡』쓴 사람 중절모 쓴 사람 류행을 따라 고흔 옷에 감은 외투,다갈색(다갈색(茶葛色))외투입은 나 젊은 신녀성,수수한 흰옷에 머리를뒤로 쪽진 가뎡부인네,학생모자에 검은양복 닙은 남학생 환저고리 검은치마 검은저고리에 검은치마입은 녀학생 형형색색의 사람의 물결이 소용도리를 친다’고 전했다.
요즘 프로스포츠에서 ‘캡제’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팀 간 전력 균형을 위해 지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봉 총액 제한을 샐러리 캡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사에서 일본식 영어로 ‘캡틴(captain)’의 약자로 ‘캡’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특정 출입처를 총괄하는 기자의 리더를 가리키는 의미이다. ‘시경 캡’이라고 말하면 경찰서를 출입하는 사회부 경찰기자의 팀장이라는 뜻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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