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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17] 수영 ‘고수(高手)’는 무슨 뜻일까

2022-10-07 07:04

수영 고수는 수영을 잘 하는 이들을 뜻한다. 사진은 국내 수영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영 고수는 수영을 잘 하는 이들을 뜻한다. 사진은 국내 수영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영을 아주 잘하는 사람을 ‘수영 고수’라고 부른다. 고수라는 말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두루 쓰는 한자어이다. ‘높을 고(高)’와 ‘손 수(手)’를 쓴 고수는 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수가 높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을 말할 때도 사용한다. 수영 고수와 같은 경우이다.

본 코너 14회 ‘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에서 ’수(手)‘자의 글말을 살펴 본 적이 있다. ‘손 수’자는 원래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목수, 가수, 운전수 등이 직업 뒤에 ‘수’자가 붙어 있는 이유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이를 말하는 ‘백수(白手)’에도 ‘수’자가 들어 있다. 이는 원래 ‘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 나온 말이다. ‘백수’는 하얀 손을 말하지만 아무런 능력이나 재주, 실력이 없는 사람을 붙여서 ‘백수건달’이라고 부른다.
직업 이름에 ‘손 수’가 들어간 것은 주로 손으로 일을 하거나 작업을 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손 수’를 쓴 것은 다소 예외적이지만 몸을 쓴다는 의미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회사원’에 '수효 원(員)‘, 병을 치료하는 사람인 ‘의사’에 ‘스승 사(師)’, 판검사, 교사에 ‘선비 사(士)’를 쓰는 것과 대비된다.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들인데 운동과 관련된 사람에게 ‘손 수’를 사용한 것은 몸을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착상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고대로부터 일본, 한국, 중국 등 동양에서는 몸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가치있게 여기지 않았다. 정신, 머리, 마음을 앞세운 동양의 관념론이 물질, 몸, 육체를 바탕으로 실질을 중시하는 서양의 유물론을 무시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메이지 유신 개화기 시절 일본의 지식인들은 운동을 다소 불순한 외래 문화로 여기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몸을 쓰는 직업에 들어가는 ‘손 수’자를 써 주류 직업군과는 구별했던 것 같다. 일본식 한자어인 ‘선수(選手)’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위키너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고수라는 말은 조선 초기인 1527년 최세진이 어린이들의 한자학습을 위해 지은 책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중세 한국어 ‘고ᄉᆡ ’로 처음 기록됐다. 고수는 영어로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master’, ‘master hand’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형용사로 뛰어나다는 의미인 ‘excellent’, ‘proficient’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일본에선 ‘高手(다카테)’라는 성씨를 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 도쿄도 등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영 고수는 대개 수영 기술 완성도가 높은 수준에 이른 이들을 지칭한다. 10~20m도 가기 힘든 아래급의 ‘하수(下手)’에 반해 고수는 25m나 50m 풀을 자유자재로 헤엄쳐 다니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갖고 있다. 편안하게 수영을 즐기는 수영 고수들은 물에서 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뺴어난 기술로 앞으로 잘 나갈 수 있다. 하수는 단순히 물에서 뜨기 위해 애를 쓰지만 고수는 오히려 가라앉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물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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