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라는 말은 ‘다툴 경(競)’과 ‘재주 기(技)’의 합성어이다. 기술의 낫고 못함을 서로 겨룬다는 뜻이다. 운동이나 무예 등의 기술· 능력을 겨루어 승부를 가리는 일이다. 경쟁한다는 의미인 영어 ‘Competition’을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이다. 일본어에서는 한자어 '경기'를 쓰기도 하지만 가타카나 표현으로 영어 발음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경기라는 말은 딱 1번 나온다. 순종실록 부록 5권, 순종 7년 11월7일 ‘특별히 엽우경기대회(獵友競技大會)에 상금 50원을 내렸다. 해당 대회에서 사냥한 메추라기와 꿩을 진헌(進獻)하였다’며 사냥대회에 경기라는 말을 쓴 것이 유일하다. 때는 1914년 일본 다이쇼(大正) 3년 무렵이었다. (본 코너 666회 ‘육상경기에서 ‘경기(競技)’라는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참조)
종목이라는 말은 ‘씨 종(種)’과 ‘눈 목(目)의 합성어이다. 종류의 항목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영어 ’Event’를 번역한 말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써 온 한자어이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종목이라는 말은 2번 나온다. 태종, 세종 때이다. 수백년전부터 써왔던 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경기와 종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4년 4월26일자 ‘전조선학생(全朝鮮學生) 육상경기대회(陸上競技大會)’기사에서 ‘전조선학생(全朝鮮學生)육상경기대회(陸上競技大會)장소(場所)는 훈련원(訓鍊院)으로 병경되얏다. 죠선학생회(조선학생회(朝鮮學生會))주최로 오월십일,십일일량일에 전죠션학생륙상경기대회(육상경기대회(陸上競技大會))를 개최하는데 그 신쳥방법과 경기죵목은 이미 보도하얏거니와 장소는 장충단(장충단(奬忠壇))으로하랴고 하얏던바 엇더한 사졍으로인하야 훈련원(훈련원(訓鍊院))운동장에셔 하기로변경 되얏다더라’고 전했다. 그 이전 종목을 과목(科目)으로 보도한 적도 있었다. 조선일보 1921년 5월26일자 ‘무전성황(無前盛況)인함흥청년회주최(咸興靑年會主催)의육상대운동회(陸上大運動會)’기사는 각 종목 우승자에 대해 ‘그 가온대 즁요한 괴목에 대한 일등수상사는 아래와갓더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선 경기와 종목을 오랫동안 같은 의미로 많이 사용해 왔다. 육상 ,수영, 체조 등 기본 종목등은 여러 세부종목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은 세부 종목이 없기 때문에 경기와 종목은 사실상 같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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